뎅기열을 막기 위해 공학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모기가 만들어져 화제를 끌고 있다. 

 

29일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모기를 통해 뎅기열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발은 단일 균주를 다루는 기존의 접근법을 개선한 최초의 모기 공학적 기술로 평가받는다. 연구는 플로스 병원균 학회지에 실렸다.

 

이집트숲모기는 뎅기 바이러스(DENV)의 주요 매개체다. 도시 거주지에서 발견되며 대부분 인공 컨테이너에서 번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 종은 낮 동안 먹이를 섭취하는데 특히 해 지기 전 저녁 시간과 이른 아침에 먹잇감을 물어 피를 빨아들인다.

 

흰줄숲모기 역시 뎅기열을 운반하는 또 다른 종으로, 중고 타이어나 기타 상품의 국제 무역 운송 과정을 통해 미국과 유럽에 확산됐다. 특히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편으로 알과 성 모두 추운 곳에서도 충분히 견디며 생존할 수 있다. 이는 지리학적 위치에 상관없이 증식할 수 있다는 의미다.

 

WHO는 이와 관련해, 흰줄숲모기를 이집트숲모기가 존재하지 않거나 적은 개체수만이 존재하는 제한된 환경에서 DENV의 주요 벡터(매개체)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캘리포니아대 생물학자들은 밴더빌트대의학센터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집트숲모기를 공학적으로 설계했다.

 

연구팀은 뎅기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인간 항체 범위를 파악한 뒤, 일종의 화물(cargo) 형태를 설계했다. 이 카고는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암컷 모기에서 항체가 합성적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후엔 암컷 성체 모기들을 뎅기 바이러스인 DENV-2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4일이 지나자 바이러스 RNA 수치뿐 아니라 감염률은 45~71% 가량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뎅기 혈청형 DENV-1, DENV-3, DENV-4에 적용해 노출을 복제했다. 이후 마찬가지로 감염 후 4일이 지나자, 뎅기 바이러스에 노출된 모기에서는 감염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UC 샌디에이고의 수석 연구원 오마르 아크바리는 "암컷 모기가 피를 섭취하면 항체가 활성화되고 발현된다"며, "이 항체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방해하고 모기 전체에 퍼지는 것을 막아, 인간에게 전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크바리는 또한 이처럼 공학적적으로 조작된 모기는, 야생 질병을 옮기는 모기 개체군 사이에서 항체를 퍼뜨릴 수 있는 전파 시스템과 쉽게 결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효과적인 질병 억제에 필수적인 모든 DENV 혈청형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공학적 접근법"이라며 "이에 대한 결과는 효과적인 유전자 기반 DENV 제어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며, 다른 아르보바이러스를 줄이기 위한 방식에 도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제임스 크로우 주니어는 이번 개발과 관련해, 인간 사이에서 모기로 인한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생명공학적 가능성의 길을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모기가 뎅기열 및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같은 질병을 옮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곤충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을 고려할때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실제로 뎅기열 바이러스만 해도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위협하고 있다. WHO가 발표한 추정치에 따르면, 매년 발생하는 뎅기 바이러스 사례는 3억 9,000만 건에 이른다. 이 중 임상적으로 감염 상태가 나타나는 건만 해도 9,600만 건에 이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감염 위험을 가진 국가는 128개국 가량으로, 아시아는 70%를 차지한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은 2019년 2,000명에 가까운 사망자와 90만 건의 사례를 기록하면서 뎅기열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존까지만 해도 이같은 뎅기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행되는 대부분의 조치는 질병을 옮기는 모기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팀의 개발은 이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접근법을 취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있다.

 

UC 샌디에이고 분자생물학 명예교수이자 타타유전학회(TIGS)의 글로벌 담당 이사인 수레쉬 수브라마니는 "아크바리의 실험은 매개체를 죽이지 않고도 질병을 전파시키지 못하도록, 모기를 무장해제 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모기를 면역화시켜 뎅기 바이러스 및 잠재적인 다른 모기 매개체 병원균을 전염시키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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