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등장하고 있는 수 많은 질병들 가운데 일부는 기존의 치료법으로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항생제를 사용해도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 감염 등이 대표적으로, 이는 약물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의 범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 상태에 빠진 박테리아들이 다른 박테리아들을 감시하면서 성장 환경을 식별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123RF)

이런 가운데 항생제가 듣지 않는 휴면 상태에 빠진 박테리아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발견됐다.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항생제 내성 위기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파이 활동하는 박테리아들

박테리아는 식량 부족으로 인해 신진대사가 느려지면 수면과 유사한 상태로 들어간다. 이는 박테리아를 열악한 환경 조건에 탄력적으로 만들고 심지어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다시 충분한 음식이 공급되면, 수면에 빠졌던 모든 박테리아들은 다시 깨어나 증식을 시작한다. 

 

반면 불충분하고 질이 낮은 음식이라면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 이에 박테리아는 자신들의 성장과 증식에 좋은 환경인지를 알 수 있는 특별한 신호로, 다른 박테리아들이 그 곳에서 자라고 있는지 여부를 관찰한다.

 

이같은 사실은 연구팀으로 하여금, 수면 박테리아가 다른 박테리아를 염탐하고 감시함으로써 다른 박테리아의 성장에 대해 파악한다는 통찰력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박테리아는 성장하면서 세포벽에서 환경으로 물질을 배출한다. 이 세포벽은 각 박테리아 세포를 둘러싼채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매우 견고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는데, 박테리아가 더 크게 자라려면 세포벽은 더욱 부드러워져 어느 정도까지 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이같은 변화는 세포벽 물질의 일부가 환경으로 유입되도록 만들어, 수면 박테리아에게 개선된 조건을 알려주고 충분한 식량이 자라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즉, 수면에 빠졌던 박테리아는 다른 박테리아의 세포벽에서 물질을 식별한 후 재빨리 깨어나 새로 도달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테리아들이 깨어나기를 주저한다면 이는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나타낼 수 있다. 항생제같은 박테리아를 죽이는 치료법이 수면 박테리아 세포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항생제가 휴면 박테리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는, 박테리아가 항생제 치료 후에도 생존이 가능하며 환자가 항생제를 더 이상 복용하지 않을 경우 향후 증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잔류 세포들은 제거되지 않으면 장기간에 걸쳐 만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자들이 세포벽과 유사한 물질을 통해 깨어나는 일회성 박테리아에 대한 메커니즘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이 잘 작동될 경우, 항생제를 처음으로 시도하는 단계에서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박테리아 감염에 대한 치료가 한 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항생제 내성 위기에 대한 해결책

휴면 박테리아를 죽이는 방법에 대한 개발은, 이미 건강 위기로 간주되는 약물 내성 질환과의 싸움에서 큰 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항생제내성 기관간 조정 그룹에 따르면, 약물 내성 질병은 그대로 방치될 경우 2050년까지 연간 1000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 당장 2030년까지 최대 2400만 명의 사람들을 극심한 빈곤으로 몰아넣는 경제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약물 내성 질환은 매년 최소 70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데, 이 중 23만 명은 다제내성결핵을 앓는다. 2017년 기준으로 미국 내 847건의 약물 내성 질환이 발생했으며, 이중 62건은 사망으로 이어졌다. 다제 내성 질환 사례당 소비된 비용은 16만 4000달러에 달했다.

 

유엔은 이와 관련해 "호흡기 감염과 성병 및 요로 감염 등 흔한 질병들이 점점 더 많이 치료할 수 없게 되고 있다"며, 이는 더욱 위험해지는 의료절차와 불안정해지는 식품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존하는 항생제 내성 위협 목록에는 모두 18개의 세균들이 올라와있다. 이 중 5개는 긴급 위협으로 분류돼있다. 다만 예방 노력으로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8% 감소했다고 말했지만, 일부 감염의 부담은 이러한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아미나 모하메드 IACG 사무총장 역시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적에 걸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국민과 지구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시급히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CDC는 그러나 저항성 질병을 치료할 수 잇는 신약 개발외에도, 저항성 세균과 박테리아의 확산을 늦출 수 있는 공중보건 예방 프로그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예방 접종에 더해 특이한 유전자와 세균이 처음 출현할 때 신속하게 반응하는 등 감염 예방 활동을 통해 약물 내성 질환의 확산을 늦춰야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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