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웨일즈의 변호사를 위한 전문 협회이자 대표 단체인 로 소사이어티(The Law Society)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법학 코스에 합격한 1만 8850명의 영국 학생 중 68.8%, 즉 1만 2970명이 여성이었고 31.2%, 약 5880명이 남성이었다.

 

2017년 7월 21일까지 사무변호사 규제국(Solicitors Regulation Authority, SRA)에 훈련을 위해 등록한 학생은 5719명이었고 그 중 62.3%인 3638명이 여성, 37.7%인 2081명이 남성이었다. 이처럼 법조계에 여성이 더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성차별이 확산하고 있다.

 

SRA는 얼마 전 영국 법조계에서 일어나는 성희롱 등에 대한 통계를 공개했는데, 지난 5년 동안 증가치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2014~2015년에는 25건이던 것이 2018~2019년 사이에는 63건으로 늘었다.

 

해당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성범죄, 성차별 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로펌들은 직장 행사에서 알코올 섭취를 제한하기도 했다. 몇 년 전 미투 운동이 일어난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더 조심스럽다. 그러나 앞선 통계를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국제 변호사 협회(IBA)가 실시한 전 세계 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성희롱 등은 법조계에서 흔히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한다. IBA는 135개국 7,000여 명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영국 법조계의 괴롭힘 수준이 국제 평균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의 62%, 남성 응담자의 41%가 고용과 관련된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국제 평균은 각각 55%와 30%였다. 영국 법조계의 성희롱 빈도는 국제 평균과 비슷하다. 여성 응답자의 38%, 남성 응답자의 6%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성희롱을 당한 사람 중에는 여성의 37%와 남성의 7%가 성희롱 사실을 공론화했다고 답했다.

 

영국 변호사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괴롭힘 사건의 57%, 성희롱 사건의 75%는 공론화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커리어 측면에서 보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해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이외의 지역으로는 캐나다, 남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및 뉴질랜드 등이 국제 평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희롱 및 괴롭힘 등을 보였다.

 

IBA 회장인 호라시오 네토는 "이 보고서는 가장 합법적이어야 할 분야에서 괴롭힘과 성희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최초의 세계적 증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세계 공동체에서 올바른 입장을 유지하기를 원한다면 그 안에 속해 있는 실무자들이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 성희롱과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해당 직업군 내에서 장기적인 활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영국 법원에서는 2033년까지 사법부의 성평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 이런 예측이 이뤄지려면 아직 더 많은 작업이 수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최고위급 직책에 더 많은 여성들이 배정돼야 한다. 하지만 영국 법조계에서는 아직까지 최고위급 직책에 도달한 여성이 많지 않다. 많은 여성 법조인들이 중간직급 이상의 직책까지 진급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이다.

 

첫 100년 프로젝트의 창립자인 다나 데니스-스미스는 "많은 기업에서 여성의 진급이 그다지 유연하지 않다는 것이 이 문제의 답이다. 여성의 진급 문제를 두고는 우선 순위가 지속적으로 재조정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는 육아 휴직이 강제되기 시작했지만 남성의 22%는 재정적인 압박(44%), 가장으로서의 책임(34%) 등 때문에 육아 휴직을 가지 못한다. 영아와 함께 집에 혼자 남는 것이 두렵다(25%)는 의견도 있었다.

 

영국 보다폰(Vodafone)의 헬렌 램프렐은 "내가 처음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여성들은 바지를 입는 것만 허용됐다. 일상적인 성차별은 아직도 너무나 만연하다"고 말했다.

데니스-스미스에 따르면 지난 세기에는 영국 최고 등급의 법정 변호사 중 여성이 490명이었다. 하지만 그 중 5명만이 흑인, 혹은 아시아계 등 소수 민족 출신이었다.

 

무어 블래치 LLP(Moore Blatch LLP)의 변호사인 아만딥 카스리야는 "나는 영국에 사는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다양성과 평등이 내 인생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건 아직도 내 도전 과제다"라고 말했다. 로펌 등에서 남성이 파트너가 될 확률은 73.5%에 달하지만, 흑인이나 아시아계 등 소수 민족 여성이 파트너가 될 확률은 겨우 13%다.

 

데니스-스미스는 많은 회사들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자체적인 규제가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하며 실질적으로 여성 파트너 할당제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아직도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앞으로 여성 법조인들이 최고의 위치에 도달하고 다양성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