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을 상실하면  어떻게 될까? 후각은 기억과 깊은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후각 상실이 삶의 여러 측면에도 영향을 고루 미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스트앵글리아대학(UEA) 연구팀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후각 상실은 개인적인 위생 등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조차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임상의들이 후각 문제를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해 환자에게 더 나은 도움과 지원을 제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은 삶의 전체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사진=123RF)

후각 상실은 전문 용어로 후각소실(anosmia)이라고 부른다. 감염이나 부상, 심지어 신경성 질환같은 여러 요소에 의해 야기되는 질환으로, 특정 유형의 약을 복용할 경우에도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후각 상실에 대한 조사를 위해 31~ 80세 사이 71명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 아무런 냄새도 맡을 수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어떠한지를 연구했다. 이어 후각 손실이 얼마나 많은 삶의 측면에 지장을 주는지를 결정했다.

그 결과 후각소실을 앓는 사람들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폭넓은 장애를 경험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상태가 신체 건강을 비롯한 고립감, 관계, 그리고 일상적인 기능 문제 및 도움을 구해야한다는 부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 것이다.

UEA 노리치 의과대학의 칼 필포트 교수는 이와 과련해, 후각소실과 관련된 큰 문제는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이 상한 음식의 냄새를 맡거나 가스 및 흡연 등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위험 인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험은 일부 사람들에게 심각한 실패로 귀결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냄새는) 생명을 구하는 감각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많은 참가자들이 더 이상 식사를 즐기지 않았으며 일부는 식욕과 체중이 줄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지방과 소금, 설탕이 많이 든 영양가 낮은 음식들을 먹어 결과적으로 체중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또한 요리를 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잃었을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하기 부끄러워해 사회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냄새는 추억을 만드는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후각소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냄새를 맡는 능력이 상실된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어머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만들고, 연인이나 배우자의 향수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필포트 교수는 "냄새는 사람들을 장소와 감정적인 경험에 연결시킨다"며 "후각을 잃은 사람들은 냄새가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기억들을 그리워한다"고 설명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또한 위생에 관한 불안감도 느낀다고 보고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의 기저귀를 언제 갈아줘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실패감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미디어 매체 허핑턴 포스트에 따르면 한 여성은 후각소실로 인해 새 아기와의 유대감 형성이 어렵다고 언급했다.

전체적으로 많은 참가자들은 식사를 함께 즐기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성적 욕구의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상태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같은 문제들은 분노나 불안, 좌절, 우울, 고립, 자신감 상실, 후회,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들을 초래한다. 더욱이 의료진의 장애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부재하다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후각소실 진단을 받은 제시린 베리티는 허핑턴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우울증과 경계선인격장애를 겪고있지만, 이것이 후각소실과 얼마나 깊은 연관성이 모르겠다며, 정상적인 어떠한 것인지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이 놓쳤는지를 말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 결과가 후각소실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뿐 아니라, 사회가 냄새와 미각 장애를 이해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각과 미각 장애는 대개 서로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감각과 질병 상태에 대한 지식 및 이해가 부족해 이같은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맛이나 냄새를 맡는 능력에 관한 문제는 다른 질병 상태에서 초래된 이차적인 과정일 수도 있고 다른 질병의 주요 증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현재 후각 및 미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정확한 규모를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23%가 후각이 약간 변한 것 같다고 답했으며 19%는 미각이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국립청각장애연구소(NIDCD)는 이같은 변화에 대한 유병률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 80세 이상 인구(미각 27%, 후각 32%)에서는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현재 후각 장애는 인구의 약 5%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는 후각을 아예 잃었거나 악취 및 냄새를 감지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NIDCD의 자료에 따르면 40세 이상 미국인의 6.5%가 아무 것도 없을때에도 뭔가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마치 환각처럼 냄새가 나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소실이나 경미한 수준의 후각소실을 가진 비율은 3%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냄새에 대한 장애를 가진 인규 비율은 이보다 더 많은 12.4%에 이른다.

 

후각소실은 그 발생 원인에 따라 치료하는 일부 방안들이 있다. 건강 매체 헬스라인은 코 자극에 의한 후각소실의 경우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충혈제거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 ▲세균 감염에 대한 항생제 ▲비강 자극제 및 알레르기성 물질에 대한 노출 감소 ▲금연

그러나 원인이 코 막힘인 경우 외과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코 폴립 제거나 비중격 교정 혹은 부비동 제거 절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선천성 후각소실에 대한 치료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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