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평균 체온, 과거보다 더 낮아졌다?
수정일 2020년 02월 19일 수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19일 수요일

사람의 정상체온이 19세기 이후로 조끔씩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체온이 떨어지는 이유가 만성 감염률의 감소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어 19세기의 체온과 오늘날 체온 차이가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 건강 및 장수의 변화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람의 체온을 최초로 화씨로 측정한 인물은 독일의 내과의사 칼 분더리히다. 그는 1851년 약 2만 5,000여 명으로부터 수집한 측정치를 통해 정상 체온을 36.2~37.5(섭씨 기준)로 규정했다. 이 연구 이후로 평균 체온은 37도로 여겨지면서 일종의 상식으로 일반화됐다.

1992년 메릴랜드대학의 한 연구팀은 이 개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인간의 평균 체온은 36.8도라는 이론을 세웠다. 25년 후 영국의 또 다른 연구자도 이와 비슷한 수치인 36.6도가 평균 체온이라고 주장했다. 1992년 당시 연구를 진행했던 의사 필립 맥코위악은 분더리히는 구식의 기초적인 온도계를 사용했기 때문에 추정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맥코위악은 연구에서 분더리히의 온도계 중 하나를 검사한 결과, 온도 측정값이 1도 이상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37.5도의 수치가 측정 오류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최근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인체가 자체적으로 식어가고 있다는 새로운 차원의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조사에 사용된 3개 데이터세트 중 가장 시기가 이른 1862~1930년 미 남북전쟁 참전용사로부터 수집된 8만 3,900개의 온도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일찍 태어난 사람들의 체온이 더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동일한 기술을 적용해 같은 기간에 온도를 측정한 후, 연령과 키, 체중 및 성별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결과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총 157년 동안의 측정 기간에 걸쳐 3개의 서로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남북전쟁 참전 용사들을 비롯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 스탠포드 전환 연구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총 67만 7423명의 인체가 분석됐다. 

그 결과 19세기 초에 태어난 남성의 체온이 오늘날 남성보다 0.59도 더 높았으며, 평균 체온은 출생 10년 당 0.03도씩 낮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추세는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10년 당 0.029도씩 낮아진 것으로, 1890년대 이래로 -0.32도의 감소세를 보였다.

온도계와 측정 방법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의문에 연구원들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연구 저자 줄리 파슨넷은 "온도계 변화가 문제라면, 온도를 재는 해마다 차이가 나타나야 한다"며, “체온의 변화는 측정 방법의 불일치가 아닌 생리적 차이에 기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와 몸무게가 달라졌고 체온은 더 차가워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체온 하락의 원인이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옷이나 실내 온도 조절, 전염병 감소와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유추했다. 체온 하락을 유발했을 것으로 예측되는 원인 중에 전염병 감소, 즉 낮은 감염률은 가장 가능성이 높다. 감염에 대한 염증성 면역 반응이 체온을 낮추기 때문이다. 저자 파슨넷은 “19세기에 살던 대부분 사람은 만성적인 염증 증상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40세까지밖에 살지 못했으며 치아 상태도 끔찍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에 발표된 연구 역시 19세기 중반 인구의 2~3%가 당시 활동성 결핵에 걸렸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코호트 3.1% 중 737건의 활동성 결핵 사례를 보고한 참전 용사의 자료와도 일치한다. 연구팀은 "당시 결핵이나 폐렴 중 어느 한 가지에 감염됐다고 보고한 참전 용사들의 체온은 각각 0.19도, 0.03도씩 더 높았다"고 말했다. 참전 용사들의 체온을 측정한 시대는 항생제가 도입됐던 1940년대 초반 이전이었다.

또한 결핵과 다른 만성 감염의 발생률이 높은 파키스탄 지역의 소규모 연구에서도 평균 체온이 36.9도로 보고되면서,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한편, 1992년 연구를 진행한 매코위악은 스탠포드대학의 연구 결과에 대해 다소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퇴역 군인들의 건강을 테스트할 당시 군인들의 건강 여부와 온도계가 놓인 곳, 사용된 기구 종류 등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스탠포드대 연구팀 역시 참전 용사들의 데이터세트에 대한 한계점을 인정하면서도, “1970년대 그룹과 현대 코호트 사이의 비슷한 온도 감소 추이가 나타났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파슨넷은 “인간은 더 키가 커졌고 몸은 뚱뚱해졌다”며, 1850년대 이래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체온은 변화의 또 다른 지표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선우 기자 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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