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소량 노출에도 말벌 내성 생기고 유전된다
수정일 2020년 02월 21일 금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21일 금요일

살충제를 지속해서 사용하면 해충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최근 말벌 위장에 든 미생물이 살충제 내성에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하버드대학이 말벌의 살충제 내성을 조사한 결과, 살충제의 아독성 수치에 노출된 말벌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곤충 위장에 든 미생물이 내성을 유발하고 부모 개체부터 새끼까지 내성을 유전한다는 것이다.

농가는 농작물 생산량을 개선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한다. 살충제는 토양과 인근 동물을 중독시키고 있다.

농가에서는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살충제로 인한 부작용을 선택했다. 살충제가 여러 농작물을 질병과 침습성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이 농지에 퍼지면 침습종 해충 발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확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농가에서 어떠한 살충제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수확철에 30~50%가량 수확량이 줄어든다. 대신 각종 질병과 해충이 득세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가뭄 같은 자연재해는 포함되지 않았다. 농가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살충제를 계속 사용한다면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할 수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농가에서 살충제는 현재와 지역 식량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도구다.

살충제의 주성분은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농지 생태계에 불균형을 낳고 있다. 더구나, 살충제에 수년 동안 노출되면 내성이 생겨 농작물 생산량에도 문제가 된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최근 살충제에 노출된 말벌을 조사했다. 이를 위해 제초제가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위장 미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트라진(atrazine)이라는 제초제의 영향을 조사했다.

“비생체성분인 화학물질에 단 1회 노출되면 위장 미생물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노출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향후 세대까지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로버트 브루커 박사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아독성 수준의 아트라진 급성 노출과 지속적 노출이라는 두 가지 주요 환경을 준비했다. 그리고 말벌을 선별해 최대 36세대를 관찰했다. 이를 통해 내성이 새끼에게도 존재하는지와 내성 지속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먼저 말벌을 아독성 수준 30ppb 또는 300ppb의 아트라진에 노출시킨 후 전사체와 단백질 유전정보를 분석했다. 노출 후 말벌의 위장 미생물 변화도 조사했다.

300ppb에 노출된 최초 세대 말벌은 위장 미생물군이 변형됐다. 위장 미생물이 다양해지고 박테리아 보균량이 많아졌다. 노출 첫 세대의 새끼를 테스트하자 노출 수준과 관계 없이 변화가 지속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제초제 노출로 위장 미생물군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말벌의 식단도 바꿨다. 아트라진 성분이 든 식단에서 아트라진 성분을 제거한 식단으로 바꾼 후 위장 미생물군이 다시 변화했는지 관찰했다. 놀랍게도 식단을 바꾼 후에도 한번 변한 위장 미생물군은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말벌이 아트라진에 노출된 순간 발생한 미생물군 변화는 평생 지속되는 것이다. 아트라진으로 인한 변화는 36번째 세대까지 지속됐다.

게다가, 아트라진으로 인한 말벌의 치사율도 36세대 이후 점점 줄어들었다. 이후 세대는 아트라진 주성분에 높은 내성이 생긴 것이다. 아트라진 30ppb에 노출된 말벌도 치사율이 줄었다. 또한 이 같은 내성은 그릴포세이트(glyphosate)라는 다른 제초제에도 적용됐다.

아트라진은 말벌 위장에서 매우 드문 미생물, 적변세균(Serratia marcescens)과 슈도모나스균(Pseudomonas protegens) 개체수를 증가시켰다. 이 박테리아는 말벌의 아트라진을 분해해 내성을 만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의 시사점은 살아있는 유기체에 작용하는 살충제의 장기적 영향이다. 모든 살충제가 곤충의 위장 미생물을 변화시킨다고 한다면, 결국 모든 해충이 화학물질에 내성이 생길 수도 있다. 내성을 피하려면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한윤경 기자 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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