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EKA] 말라리아 '방어 메커니즘' 밝혀져…신약 개발에 도움 될까
수정일 2020년 02월 25일 화요일
등록일 2020년 02월 25일 화요일

말라리아 기생충이 면역 체계로부터 스스로 보호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싱가포르 상공부 산하 과학기술연구위원회 연구팀은 말라리아가 면역 세포가 분비하는 분자를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생충은 면역 세포가 배출하는 특정 분자를 감지, 로제트를 형성해 면역 세포를 속인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으로 유발되는 치명적인 감염증이다. 말라리아 모기가 전염시키는 기생충은 말라리아의 1차 매개체가 된다. 말라리아 원충 내의 기생충 5종은 사람들에게 말라리아를 전염시킬 수 있다. 가장 큰 위험인 열대열 말라리아와 삼일열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고열이나 두통, 오한 등 여러 질병과 유사한 증상이 촉발된다. 열대열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급격히 쇠약해지기 때문에 24시간 이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 진행된 여러 연구에서는 말라리아가 특별한 전략을 사용해 면역 세포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임상실험에 따르면, 말라리아 감염 환자에게서 로제트 형성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적혈구 로제트 형성은 적혈구에서 장미 모양의 장식물 같은 것이 형성되는 것을 일컫는다. 이 현상이 진행되는 동안, 적혈구는 중심 세포 주위로 꽃잎 모양을 만든다. 이제까지 학자들은 이 현상을 면역 반응과 연관시켰다.

과학기술연구위원회 연구팀은 말라리아의 방어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해 이 현상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로제트 형성을 파괴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원했다. 연구가 가능해지면 기생충은 면역 세포를 피해 숨을 수 없으며 면역 세포 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연구 저자인 리 웬치아우 박사는 “말라리아 감염 적혈구 세포가 면역 체계를 피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비감염 적혈구에 직접 달라붙어 로제트라고 불리는 장미 모양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이어 “로제트 현상은 모든 인간 말라리아 기생충에서 볼 수 있으며 질병의 정도와 연관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말라리아 진행 과정의 정확한 기능은 불확실하다.

연구팀은 식균 작용을 통해 병원균과 잔재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진 포식세포라는 면역 세포를 활용했다.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적혈구 샘플과 함께 포식세포를 배양했다. 그 후 적혈구의 로제트 형성 기간과 정도를 관찰했다. 이어 포식세포가 없는 상태에서 로제트가 형성되는 기간과 정도를 비교했다.

포식세포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로제트가 10~40%가량 증가했다. 즉, 화학물질을 생성하는 면역 세포가 기생충에게 로제트 형성을 명령 내리는 셈이었다. 연구팀은 로제트 형성 자극물질을 추가로 연구했다. 다양한 혈액 구성요소를 추출한 후 로제트 형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분석했다.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결합 단백질7(IGFBP7)이라는 물질을 찾아냈으며 이 분자가 로제트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두 가지 말라리아 원충에 IGFBP7을 주입했다. 기생충은 면역 세포 없이 분자에 반응해 로제트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기생충이 IGFBP7에 반응하는 방법을 확인하기 위해 적혈구를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후 혈액 요소를 단계별로 걸러냈다. 그 결과, IGFBP7 같은 면역 세포가 이 분자의 일부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말라리아 원충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혈류 속에서도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이어 IGFBP7과 식균 작용의 연관성을 테스트하고 혈중 IGFBP7의 농도가 기생충에게 경고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생충의 이 같은 방어 메커니즘으로 포식세포가 잡아먹은 감염 적혈구 수가 줄었다.

리 웬치아우 박사는 “말라리아 기생충이 해당 분자를 감지하면 면역 세포를 피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IGFBP7을 표적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해 기생충이 은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개발한 약물은 포식세포가 감염 적혈구를 제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9년 말라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과 임신부가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가장 크다. 2018년, 38개국의 임신부 약 1,100만 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그리고 임신부가 임신 도중 말라리아에 감염돼 아프리카 국가 38개국의 아동 약 87만2,000명이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현재 말라리아 예방 및 억제 프로그램이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8년 말라리아를 풍토병으로 가진 49개국에서 보고한 말라리아 환자는 1만 명 이하였다. 27개국에서는 말라리아 환자가 100명 이하였다.

말라리아 감염 및 사망자가 지속해서 줄고 있지만, 여전히 다중 약물 내성의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로제트 방어 메커니즘을 없앨 수 있다면 말라리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선우 기자 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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