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20년 1월 31일자로 유럽연합과의 오랜 관계를 끊어냈다(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50년간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의 일원이었던 영국이 2020년 1월 31일자로 유럽연합과의 오랜 관계를 끊어내고 중간 규모의 경제 주체로 독자 노선에 나섰다.

오랫동안 식민 제국을 누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마지못해 유럽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회원이 된 영국 입장에서 브렉시트는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EU 탈퇴는 사실상 사회와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구축했던 기존 관계를 허무는 일인 동시에 영국 시민은 국가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

이제 영국은 다시 EU와의 공식적인 무역 관계를 체결해야 하고 이 미묘한 과정은 2020년 내내, 혹은 그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다시 출발점에 선 영국 시민들은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두 가지 감정에 휩싸여 있다.

역사적인 국가 운명을 결정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대영제국의 새 시대를 열 막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브렉시트는 영국의 모든 부분까지 희망과 가능성을 전파할 기회라고 존슨 총리는 덧붙였다.

2019년 12월 실시된 영국 의회 투표에서 브렉시트 찬성에 과반수가 나오자,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논쟁을 둘러싸고 양분된 영국을 하나로 통합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영국의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는 가운데,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주장하고 있고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고려 중이다.

EU에서 독립하는 날, 존슨 총리 내각은 노동당의 전통 관할구인 선더랜드에서 회의를 열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를 ‘자치 정부의 승리’라고 기렸으며 빅토리아 시대 이후로 영국 기반시설을 최대로 회생하겠다고 공약했다.

브렉시트의 역사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념식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존슨 총리만 당 내에서 조촐한 파티를 열었을 뿐이다.

영국 대사관들은 절제된 분위기에서 업무를 하고 ‘승리주의’를 보이지 말 것을 지시 받았다. 수천 명의 브렉시트 옹호론자들은 의회 광장에 모여 영국 국가를 불렀다.

일부 영국 시사평론가들은 유럽연합에서 영국이 탈퇴하자 영국보다 오히려 유럽에서 더 큰 쇼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브렉시트 전날 밤, 브뤼셀의 대광장에서는 라이트쇼를 실시했으며, 유럽 의회에서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 울려 퍼졌다.

영국 전역에서의 분열 때문에 브렉시트에 대해 모순적인 감정이 생겨나고 있다. 친유럽인 사람들은 절망감을 느끼고 일부 채널을 통해 런던의 유럽인을 도와야 한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브렉시트 반대주의자는 이 주제에 관해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최선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과 새로운 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4% 증가했다. 2019년 11월 기준, 실업률은 3.8%, 무역수지 40억 3,100만 파운드(6조 3,677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 12월 기준, 영국의 이자율은 1.3%, 기업 소득세율은 19%, 개인 소득세율은 45%였다.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존슨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관심을 갖고 무역 협정을 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에 호응하면서 특사를 보내 영국의 새로운 지위를 환영했다.

하지만 영국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거래가 무엇일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 주미 영국대사 김 다로크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선인 사람이며 자신을 지지해준 미국 농가와 기업에 보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존슨 총리의 경우 어느 부문에서 우선권을 얻어야 하며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에서 취약점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존슨 총리 행정부는 유럽 규제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 분야에서 리더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무역 회담 내용이 무엇이 되든, 양국 정상은 관료주의와 관세라는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항공부터 식료품까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2020년 12월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의 공식 회담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존슨 총리는 올해 모든 협정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비평가들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한다. EU가 보다 큰 경제 주체가 되는 동안 영국이 경쟁상대가 돼 유럽 제조업체에 해를 가할 수도 있다. EU의 목표는 영국으로부터 환경, 노동, 독점 금지 규정을 약화시키지 말 것을 약속 받는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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