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TH CRISIS] 기후 변화로 호박벌 개체수 ‘급감’
수정일 2020년 03월 02일 월요일
등록일 2020년 03월 02일 월요일

기후 변화로 야기되는 이상 고온 현상으로 호박벌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북미와 유럽의 호박벌 개체수가 1901~1974년보다 각각 46%, 17% 급감했다.

가장 큰 폭으로 개체수가 줄어든 지역은 기존 수준을 벗어날 정도로 기온이 상승한 곳이었다. 살충제 사용과 서식지 파괴 외에 기후 변화가 호박벌의 멸종 위험을 강화하고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오타와대학 생물학과 피터 소로예 박사는 “개체수 감소가 우려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박벌은 야생과 농업 지역에서 중요한 꽃가루 매개체”라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잘 알려진 동부 호박벌(Bombus impatiens)은 북미 동부 지역에서 중요한 꽃가루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다.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지난 세기 동안 이 동부 호박벌이 급속히 줄었다고 주장했다.

미 코넬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호박을 수분할 때 동부 호박벌이 유럽 꿀벌보다 두 배가량 효과적이다.

북미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종, 노란띠 호박벌(Bombus terricola)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 호박벌은 꿀을 찾으러 식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몸에 다량의 꽃가루를 묻혀 수분을 돕는다. 북미의 호박벌은 천연 꽃가루 매개자로 유럽에서 들여온 꿀벌과는 다르다. 노란띠 호박벌은 다양한 길이의 혀를 가지고 있으며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날개로 ‘윙’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파프리카와 토마토 같은 특정 식물의 수분에서 매우 탁월한 기능을 한다. 

오타와대학 생물학과 제레미 커 교수는 북미와 유럽 대륙 전역에 서식하는 호박벌 66종을 50만회 이상 관찰한 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는 지난 세기에 수집한 특별한 샘플이 들어있다. 호박벌종이 심각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도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1세기 이상의 가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개체수 감소 시 기후 변화의 신호를 탐색했다. 소로예 박사는 기온 이상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것은 벌들이 기온 변화가 가장 극심한 지역에서 난관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은 벌 개체수 감소 외에도, 기온 이상에도 불구하고 벌 개체수가 안정적인 곳이나 심지어 늘어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소로예 박사에 따르면, 벌 개체수가 번식하는 장소는 기후 변화에서도 벌 종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는 곳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장소에 대해 연구한 후 해당 정보를 벌 개체수 감소 예방 혹은 회복 지역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 교수는 “호박벌이 온실의 토마토와 야외 농업 지역의 재배작물을 포함해 다양한 식물의 수분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시건주에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호박벌은 ▲러스티 패치 호박벌(rusty patched bumblebee) 100% ▲아메리칸 호박벌(American bumblebee) 98% ▲노란띠 호박벌 71% ▲노란 호박벌(yellow bumblebee) 65%다.

가장 일반적인 동부 호박벌과 갈색 벨트 호박벌(brown belted bumblebee)의 개체수는 각각 31%와 10% 증가했다. 미시건주에는 호박벌 19종과 다른 벌 445종이 서식하고 있다. 체리 식물 수분의 50%는 야생 벌이 담당하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는 공통적으로 벌 개체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전에 상업용 꿀벌 군집이 심각한 수준으로 줄어드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이 나타났다면, 현재는 야생의 호박벌도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위협에 처해 있다.

소로예 박사는 “기온 이상이 나타나면 벌이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들여온 꿀벌과는 달리 미국 토착 호박벌은 현지 식물군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자연에서 호박벌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벌 개체수 회복 여부는 숙제로 남아있다. 프랭클린 호박벌(Franklin’s bumblebee)은 한때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 매우 번식했던 종이지만 현재는 멸종 위험종으로 분류됐으며 현재 보호할 프랭클린 호박벌이 남아있는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리노이대학 벌 전문가 시드니 카메론 박사는 “기온 변화와 호박벌 감소에 대해 대규모 상관관계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보다 정확하게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세분화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후 변화는 생물다양성 감소의 일반적인 원인이지만 야생과 실험실에서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택경 기자 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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