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스트코스트에서 발생한 산불로 1,100만 헥타르(11만㎢) 이상의 토지가 파괴됐으며 야생 동물 십억 마리 이상이 죽었다. 이 황폐해진 지역에 생명체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동물이 돌아오고 식물의 새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뉴잉글랜드대학 생태학자는 호주의 전소된 토지에서 동식물이 다시 번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캐서린 티어 아다 램버트 교수는 최근 화재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생명체가 다시 돌아오게 된 메커니즘을 설명했다. 발아, 곤충과 조류의 유입이 피해 지역에 자연율을 복원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황폐해지는 규모를 고려했을 때, 산불은 재앙과도 같다. 산불이 시작될 때마다 수많은 나무가 전소될 수 있고 인근 거주지역 또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높은 기온과 강풍, 낮은 가시성 때문에 산불을 진압하기란 매우 어렵다. 모든 산불이 파괴적인 것만은 아니다.

산불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대자연과 연관돼 있다. 과잉 성장한 식물과 나무를 제거하는 데 자연적인 화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과잉 성장한 식물을 줄이게 되면 극도로 빽빽해진 숲에서 더 이상 번식할 수 없는 특정 동물종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학자들은 이를 인식한 이후 ‘통제된 화재’라고 하는 체계적 산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통제된 산불은 두 가지 주요 역할을 한다. 숲 밀도를 관리하고 산불을 예방하는 것이다. 숲 관리 측면에서 통제된 산불은 생명체가 멸종할 수 있는 사건을 피하면서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통제된 산불은 숲 밀도를 줄여 동물종의 개체수를 늘리고 과잉 성장한 식물종을 줄일 수 있다. 표적으로 삼은 숲 지역에서 동식물 종의 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자연 산불을 예방하고 통제 불가능한 산불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통제된 산불 시행자는 숲에서 죽은 나무와 식물 잔해 등을 포함한 가연성 물질을 수집한 후 이를 실시한다. 숲의 첫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선별한 지역에서만 이 같은 소재를 연소시킨다.

단점도 있다. 통제된 산불은 야생 동물에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시행자가 동물들을 멀리 대피시키더라도 수많은 동물종이 화염에 겁을 먹고 멀리 달아나고 생존 본능 때문에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난다. 일반적인 동물종인 경우 거의 모든 곳에서 생존할 수 있지만 특수종은 개체수 손실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호주 산불 이후 새로운 날이 오다

램버트 교수는 호주 이스트코스트 화재 지역에서 생명체가 다시 번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비록 아직 석탄과 재가 덮여 있지만, 동식물이 망가진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생명체 복원 노력은 현지 및 지역 먹이 사슬 재건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화재로 인해 식물로 가득 찬 수백만 헥타르의 토지가 불에 탔지만, 모든 나무가 전소된 것은 아니었다. 생존한 나무들의 가지와 몸통에서 밝은 녹색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즉, 생명이 재생된 것이다. ‘재발아’라고 하는 이러한 현상은 두꺼운 나무 몸통이 보호한 새싹 저장소가 새로운 싹을 내보내는 것이다. 이 새싹 저장소는 정상적인 조건의 나무 호르몬으로 싹을 보호한다. 나무가 덮개 잎을 잃기 시작하면 호르몬도 줄어들어 싹이 난다. 그리고 싹이 잎이 되면 광합성을 하면서 손상된 나무가 생존할 수 있게 된다.

화재 지역에 동물 사체가 즐비할 당시 죽은 시체를 먹고 사는 동물들과 분해자들이 제 역할을 수행한다. 생명체들은 죽은 동물 사체를 분해해 필수 영양소로 재활용하고 다시 토양으로 돌려보낸다. 파리는 죽은 사체에 반응하는 최초 분해자다. 파리가 죽은 사체에 알을 낳으면 구더기가 부화한다. 이후 구더기는 죽은 사체의 썩은 살점을 먹고 자란다. 구더기는 박테리아 개체를 줄이고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며 악취를 억제한다. 구더기가 임무를 마치고 나면 토양에는 다시 영양소가 풍부해지고 죽은 동물 사체가 있던 장소는 깨끗해진다.

다음으로, 피해 지역에서 곤충 수가 늘면 조류가 돌아온다는 신호다. 조류는 곤충의 수를 관리하는 기능을 한다. 수많은 조류가 해충으로 분류되지만, 그 존재만으로 생물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목이 다시 자라나면서 더욱 많은 조류종이 둥지를 만들 빈 공간을 찾기 시작한다. 조류 다음으로 다른 동물종 또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잡초는 토착 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침습종이지만, 화재 지역에서 잡초가 성장한다는 것은 토착 동물이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 소형 포유동물들은 잡초를 활용한다. 회복된 생물 다양성이 침습종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2019~2020년 산불 발생 기간에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에서 발생한 산불의 횟수는 총 323만479건으로 186일 동안 화마에 휩싸였다. 이 수치는 2018~2019년 발생한 총 산불 발생 횟수 78만6,883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빅토리아에서는 2019~2020년 화재 시즌 당시 10만3,627건의 화재가 발생해 총 186일 동안 불에 탔다. 이곳의 2018~2019년 기간 당시 발생한 산불 횟수는 3만9,946건이었다. 퀸즈랜드에서도 2019~2020년 총 297만646건의 화재가 발생했지만, 전년 대비(391건3,773건) 하락했다.

일반종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화마를 피해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면 이전 환경에 있었던 것처럼 정상적으로 번식한다. 그러나 특수종은 사정이 다르다. 특수 동물종은 내성이 적어 번식 가능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번식 가능한 생태계가 아닌 경우 개체수 손실, 심지어 멸종 위험에 처하게 된다. 특수 동물종의 생존율이 일반 동물종보다 낮기 때문에 특수종에 중점을 둔 보존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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