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래들은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열대 지방으로 이동한다. 이 연구 결과는 해양 포유류 과학 저널에 발표됐다.

고래들은 휴식을 위해, 혹은 먹이를 먹거나 짝짓기를 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 혹등고래는 번식과 수유 기간 동안 전 세계를 돌며 이동한다. 일부 고래 종은 적도 근처의 열대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먹이를 찾거나 출산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오리건주립대학과 NOAA 어업 서해안 지역의 연구진은 고래들이 탈피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탈피는 동물이 오래된 피부 각질을 벗고 새로운 피부가 드러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고래는 겨울이 시작될 때 적도 근처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작은 새끼 고래나 암컷 고래가 먼저 이동한다.

연구 주요 저자인 오리건주립대학 해양포유류연구소의 해양생태학자 로버트 피트먼은 “처음에는 고래가 분만을 하기 위해 적도 근처로 이동한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세기 동안 과학자들이 주로 믿던 이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래가 적도로 이동하는 기간에는 적도 근처에서 먹이를 구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래는 먹이를 먹지 못하는데도 왜 적도로 향하는 걸까? 그 이유는 바로 따뜻한 물이 탈피 과정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육지에 사는 포유류들이 주기적으로 탈피나 털갈이 과정을 겪듯이, 고래 또한 탈피를 한다. 일상적으로 고래는 남극 등 물이 차가운 곳에서 체온을 보존한다. 차가운 곳에서는 피부 쪽의 혈액순환이 줄어들어 피부 세포 재생 및 탈피가 늦어진다. 하지만 고래는 피부의 신진대사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탈피하기 위해 따뜻한 물을 찾아야 한다.

연구진은 8년 넘게 고래의 이동 경로 등을 추적했다. 범고래들에게 62개의 위성 태그를 붙여 이동 경로를 확인했다. 그 결과 고래들은 남극의 아주 차가운 물에서부터 최대 1만 1,000킬로미터까지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이동하는 동안 고래들은 거의 휴식을 취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고래는 남극부터 북쪽으로 이동한 다음 다시 차가운 물로 돌아왔다. 이동에 걸린 시간은 5개월 반 정도다.

피트먼과 연구진은 남극 지역에서 갓 태어난 새끼 고래의 사진을 찍었다. 고래가 새끼를 낳기 위해 따뜻한 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물론 연구진은 적도 부근에서 새끼를 낳는다면 따뜻한 물과 더 적은 천적 덕분에 새끼 고래의 성장이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도 세웠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돌고래와 고래도 지속적으로 외피를 벗는다. 사람은 1분마다 피부 표면에서 3~4만 개 정도의 죽은 피부 세포를 잃는다. 최근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차가운 물에 사는 고래의 피부가 미세한 규조류에 의해 변색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고래가 탈피 과정을 겪고 나면 규조류가 제거된다. 연구진은 적도 부근에 갔다가 다시 차가운 물로 갓 돌아온 고래의 피부에서는 규조류로 인한 변색이 발견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과학 전문 매체 Phys에 따르면, 피부에 많은 양의 규조류가 남아 있는 범고래는 잠재적으로 해로운 박테리아를 갖게 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존 더번은 "범고래에게는 남극 바다가 살기 좋은 환경이지만 고래들은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 보존단체인 WWF에 따르면, 고래는 전 세계에 걸쳐 서식하고 있으며 신비롭고 복잡한 소리를 내서 의사소통한다. 대왕고래는 몸길이가 약 24~26m, 몸무게가 200톤 정도에 이를 정도로 크다. 몸무게 200톤은 코끼리 33마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오늘날 북대서양참고래의 개체 수는 약 400마리이며, 다른 고래들은 종에 따라 개체 수가 다르다.

상업적 고래 포경 및 국제 고래 무역이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래 사냥을 이어가는 국가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노르웨이, 일본, 아이슬란드가 포함된다. 이런 이유로 매년 1,000마리 이상의 고래가 죽는다. 데이터베이스 기업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05년에는 약 2,310마리의 고래가 인간에 의해 죽었다. 2012년에는 1,321마리, 2017년에는 1,486마리가 인간에 의해 죽었다.

원주민의 생계를 위한 포경이나 특별 허가 포획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닌 포획으로 죽은 고래는 2000년에 487마리였다. 2005년에는 639마리, 2008년에는 574마리, 2011년 591마리, 2013년 763마리, 2015년 844마리, 2018년 606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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