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장 박테리아군에서 대장암과 관련이 있는 독소가 발견됐다. 

세계 합동 연구팀이 박테리아가 만들어 낸 특수 독소와 대장암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대장균이 생성한 콜리박틴(colibactin)이라는 독소가 장 내벽의 DNA 손상을 유발하고 악성 종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장암은 대장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가리키는 용어로, 결장암 혹은 직장암이라고도 부른다. 영국에서만 매년 약 4만2,000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한다. 

최근 한 연구팀이 대장암과 장내 세균총의 연관성,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독소를 조사해 위장 내 대장균이 콜리박틴이라는 독소를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독소가 높은 농도로 발현되면, 위장 세포의 DNA가 손상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콜리박틴을 생성하지 않는 대장균은 포괄적 DNA 손상과 연관이 없었다.

한스 클레버스 교수는 “담배 또는 자외선 같은 물질은 DNA의 특수 패턴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지문은 암 발생을 유발하게 만든 과거의 노출 물질을 알려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장에서 기생하는 박테리아가 유발한 대장암에서 DNA 패턴 손상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위장 박테리아인 대장균과 대장암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연구팀은 대장균이 콜리박틴을 생성하고, 이 독소가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콜리박틴이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사람의 위장을 본떠 만든 미니어처 복제품인 오르가노이드를 사용했다. 오르가노이드를 콜리박틴을 생성하는 대장균에 노출시킨 뒤 5개월 동안 오르가노이드와 독소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이후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 DNA 염기서열 분석을 사용해 오르가노이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오르가노이드의 DNA가 손상됐다. DNA 손상 정도는 콜리박틴을 생성하지 못하는 대장균에 비해 콜리박틴을 생성하는 대장균에서 두 배 이상 가시적이었다. 게다가, 콜리박틴으로 유발된 DNA 손상은 두 가지 특수한 패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콜리박틴과 대장암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수집한 5,500가지 이상의 종양 샘플에서 DNA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했다. 다른 유형의 암 샘플 3,600가지에서 콜리박틴의 지문, 즉 두 가지 특수 패턴을 조사했다. 이 패턴은 다양한 종양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암 유형은 대장암이었다.

이후 연구팀은 영국에서 수집한 2,000가지 이상의 또 다른 대장암 샘플 데이터를 분석해 대장암과 콜리박틴 간의 연관성을 자세히 정립했다. 그 결과, 대장암 환자 4~5%에게서 콜리박틴 패턴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영국에서만 대장암 환자 20명 중 1명꼴로 콜리박틴을 볼 수 있었다.

연구팀은 콜리박틴이 대장암의 위험인자로 사용할 수 있을지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추가 연구에서 더욱 많은 증거가 발견된다면 이 독소를 대장암 유발 가능성이 큰 사람을 찾는 확인자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연구로 콜리박틴과 대장암의 연관성으로 대장암에 장내 세균총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입증됐다. 즉, 건강한 식단과 풍부한 식이섬유 섭취로 대장암 발병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세계 신규 암 환자 1,807만8,957명 중 10.2%가 대장암 환자다. 암 사망자 955만5,027명 중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9.2%다.

신규 직장암 환자의 지역적 분포를 살펴보면, 아프리카 6만1,846명, 캐리비안 및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12만8006명, 북아메리카 17만9,771명, 아시아 95만7,896명, 유럽 49만9,667명, 오세아니아 2만2,332명이었다.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아프리카 4만34명, 캐리비안 및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6만4,666명, 북아메리카 6만4,121명, 아시아 46만1,422명, 유럽 24만2,483명, 오세아니아 8.066명이었다.

이 수치를 토대로 보면, 아시아의 대장암 유병률은 51.8%로 가장 높았다. 치사율과 5년간 유병률도 각각 52.4%, 49.2%로 가장 높았다.

한편 질병통제예방센터(OECD)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장균은 항생제 내성 때문에 공중 보건 위협이 되는 심각한 박테리아에 속한다. 

미생물의 유전자 지문은 현대 의학에서 중요하다. 지문은 미생물이 인간 세포의 정상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 기타 병원균이 세포의 유전자 물질을 어떻게 손상시키는지 알려준다. 진단 및 치료, 예방의 경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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