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는 개체수만으로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핀란드의 투르쿠대학 연구진은 한 여름 시즌 잠자리의 사냥 능력에 대해 조사했는데, 특정 잠자리 종은 수십만 마리의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 결과는 동물 생태학 저널에 게재됐다.

2014년 환경 과학 우수 센터인 영국생태학및수문학센터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잠자리들의 아틀라스를 발견했다. 이 지역에서는 특정 잠자리 종의 개체수가 특히 많았고 다른 종의 개체수는 감소했다. 잠자리 아틀라스에는 57종의 잠자리 종이 서식하고 있다.

42종의 번식 잠자리 중 14종은 더 넓은 범위에서 발견됐다. 이 종들은 기후 변화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습지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잠자리 종의 개체수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42종의 잠자리 중 8종은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후 변화 및 서식지 악화 등의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운 잠자리 5종은 이전의 잠자리 아틀라스보다 개체수가 늘어났다. 1990년 이후 아일랜드에서 잠자리 2종이 새로 발견된 바 있다. 20세기 들어 영국에서는 잠자리 3종이 멸종됐는데, 다행히 한 종이 최근 복원됐다. 잠자리 아틀라스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프로젝트를 지속하며 잠자리 종의 매핑을 완료했다.

잠자리는 아주 작은 곤충이지만, 자연에서는 무서운 포식자이기도 하다. 잠자리는 다른 작은 곤충을 많이 잡아먹을뿐더러 해충을 잡아먹기도 해 야생 및 농지에서는 잠자리의 존재가 필수다.

투르쿠대학 연구진은 특정 잠자리 종들이 한 계절에 먹을 수 있는 총 먹이의 수를 조사했다. 과연 여름의 포식자인 잠자리들은 얼마나 많은 곤충을 섭취할 수 있을까?

연구진은 잠자리들의 날개에 일련의 숫자를 표시한 후 풀어주고, 다시 붙잡아 숫자를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잠정적인 잠자리 개체수를 확인한 다음 특정 지역을 텐트와 같은 곤충 트랩으로 덮고 잠자리가 섭취한 곤충의 수를 계산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4가지 잠자리 종에 주목했다. 푸른실잠자리, 북부실잠자리, 아일랜드실잠자리, 가변실잠자리였다. 연구진은 12헥타르 정도의 공간에 텐트를 쳐 잠자리들을 가둬두고 잠자리들이 섭취하는 곤충의 수를 알아보았다.

4종의 잠자리들은 여름에 먹이를 약 900g 섭취했다. 총 먹이의 양은 중간 크기 곤충 70만 마리였다. 이는 12헥타르 내의 모든 곤충 개체수의 1%에 해당한다. 잠자리들은 4.7일 수명 동안 자신의 체중의 29~66%에 이르는 먹이를 잡아먹었다. 물론 연구 동안 같은 공간에 다른 잠자리 종, 새, 박쥐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곤충이 잠자리에게만 잡아먹힌 것은 아니다. 

독일 통계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곤충 개체수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했다. 2019년 생물 보존 자료에 따르면, 날도래목 곤충은 지난 10년 동안 개체수의 무려 68%가 감소하며 가장 많이 감소한 곤충이 됐다. 다음이 나비로 개체수의 53%가 줄어들었다. 다음은 49%가 줄어든 딱정벌레, 46%가 줄어든 꿀벌이다. 하루살이는 37%, 잠자리는 37%, 강도래목 곤충은 35%, 파리는 25% 정도 감소했다.

곤충 수가 감소하면 이런 곤충을 잡아먹는 포식자 곤충의 수가 감소한다. 또 곤충의 수가 감소하면 곤충을 잡아먹는 새나 박쥐 등 다른 동물의 개체수가 감소한다. 이런 방식으로 자연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붕괴되고 만다.

전 세계 곤충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인간 활동이나 기후 변화뿐만이 아니다.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포식 곤충과 곤충 개체수 감소 사이에도 연관성이 있었다. 즉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곤충의 개체수가 늘어나거나 이 곤충이 작은 곤충을 더 많이 잡아먹으면 잡아먹히는 작은 곤충의 개체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연 상태의 먹이사슬 메커니즘은 생태학자나 다른 전문가들이 조사하기에도 매우 복잡하다. 자연적인 요인과 인공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모든 영향이 한데 섞이거나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요인은 특정 동식물 종의 개체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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