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다른 박테리아종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다른 박테리아와의 공존으로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박테리아 간에 공유하는 화학적 신호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폼페우파브라대학 연구팀이 공존하는 박테리아가 주고받는 화학적 신호를 조사한 결과, 서로 다른 박테리아 간의 시너지 효과로 항생제 내성이 개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나의 환경에 두 가지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면, 한 박테리아종은 다른 박테리아종이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발견 이후 수 년 동안 수십만 종의 박테리아가 다중 항생제에 노출돼 왔다. 매우 협소한 공간에서 기르는 가축의 질병 유병률은 낮아졌지만 박테리아의 내성 역시 강화됐다. 그 결과, 항생제가 전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증가로 1940년대에 비해 항생제의 효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항생제 남용과 오용도 박테리아의 내성 개발에 일조하게 됐다. 심지어 매우 드문 경우, 치명적인 박테리아에 아주 강력한 항생제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박테리아의 항생제 노출과 생물학적 방식 때문에 발생한다. 환자가 처방된 항생제를 복용하는 경우, 항생제의 주성분이 병원성 박테리아의 여러 가지 주요 프로세스를 방해한다. 단 하나의 항생제로 수많은 유해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번식한다. 생존한 미생물은 동일한 항생제에 저항할 수 있는 생물학적 속성을 갖게 된다.   

폼페우파브라대학 연구팀은 여러 가지 박테리아종의 공존이라는 메커니즘이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이를 위해 고초균(Bacillus subtilis)과 대장균(Escherichia coli)이라는 특정 유형을 연구했다. 분석 결과, 하나의 박테리아만 존재할 경우 항생제 주성분에 대해 어떠한 작용을 할 수 없었지만, 다른 종과 공존하자 속성 공유를 통해 내성을 촉발할 수 있었다.

레티시아 갈레라 라포르타 박사는 “두 가지 박테리아가 공존할 때와 한 가지 유형만 존재할 때 항생제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미노페니실린이라고 하는 페니실린 계통에 속하는 암피실린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했다. 암피실린은 박테리아의 특정 단백질을 비활성화시켜 세포벽 생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박테리아는 성장을 멈추고 환자의 면역체계를 돕지만 다른 박테리아가 공존하는 경우 약물의 효능은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사람의 위장과 토양에서 볼 수 있는 고초균은 암피실린에 내성이 있어 암피실린 주성분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 대장균은 암피실린을 비활성화시킬 수 없으며 일정 시간 흡수한다. 대장균은 스폰지처럼 한동안 암피실린을 흡수하고 있다가 주변 환경에 다시 배출한다. 주변 환경에 암피실린 수치를 높이게 된다.

두 가지 박테리아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박테리아 한 종의 약점을 다른 종이 보완할 수 있다. 고초균이 대장균과 공존할 때, 고초균은 자체 메커니즘을 사용해 암피실린을 처리한다. 이 메커니즘으로 대장균이 항생제를 흡수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암피실린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고초균 때문에 내성이 생긴 대장균은 암피실린에 노출돼도 생존할 수 있다.

고초균과의 공존을 통해 대장균은 암피실린 내성을 개발할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암피실린에 내성이 있는 고초균과 유전적으로 강화된 대장균이 되는 것이다. 두 가지 미생물의 항생제 내성 수준은 암피실린 처치 효과를 감소시키며 심지어 유사 계통의 항생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메커니즘이 고초균과 대장균, 두 가지 박테리아와 암피실린에서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적절한 항생제 투여량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하는 한편, “이번 연구를 통해 향후 연구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유럽경제지역에서 보고된 대장균 감염자 수는 8,658명이었다. 독일이 2,22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리스가 1건으로 가장 적었다. 2018년 보고 사례는 2017년 6,342건에 비해 많았다.

연령대로 살펴보면, 환자 중 약 26.3%는 4세 미만의 아동이었으며 11.7%는 5~14세, 9.9%는 15~24세, 18.8%는 25~44세, 16.5%는 45~64세, 16.8%는 65세 이상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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