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의 영향은 소외된 지역 사회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기후 위기는 심지어 성평등에도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는 등 지구의 기후 변화로 남녀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성평등 사회 달성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가령 여성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남성보다 많이 받는다. 여성은 대개 음식을 만들고, 물을 모으고, 난방 등을 위한 연료를 공급하는 등 집안일을 담당하는데 기후 변화로 일이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2019년 연구진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뭄, 홍수, 극심한 날씨 등의 재해는 전 세계 여성의 70%를 포함해 취약한 지역 사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와 환경 스트레스가 기존의 성불평등을 강화하는 공통 요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11개 국가에서 25건의 사례 연구를 진행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기록해 기후 변화가 이 지역의 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남성이 지배하는 노동 시장, 가부장제 등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성불평등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성은 강제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거나 원치 않는 성매매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인해 이미 성불평등이 심각한 국가에 사는 여성들은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이런 국가의 여성들은 가사와 농사, 가축 키우기 등을 담당하는데 기후 변화로 일이 어려워지면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진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성인 여성과 소녀를 향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환경 악화로 각종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희소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과 압력이 높아지고 약자에 대한 폭력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미국, 영국, 일본, 핀란드, 우리나라 등을 대상으로 남녀 성별 간 임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지난 20년간 격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문제는 저소득 국가다. 이런 국가에 사는 여성들은 이미 토지에 대한 권리나 법적인 권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 착취에 취약하다. 기후 변화로 일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 더욱 더 착취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더엘더스(The Elders)의 메리 로빈슨은 “전 세계는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성불평등의 심화도 인식해야 한다.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냐 북부에 사는 여성들은 더 이상 고기를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굶주리지 않기 위해 쌀과 감자로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 인도에서는 여성이 마을의 대표가 되거나 마을의 중요한 회의, 지역 행사 등에 참여할 기회가 적다. 대부분 여성이 집안일이나 농사일만 하기 때문이다. 집안일이나 농사일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메리 로빈슨은 “기후 변화와 환경 악화에 대해 논의할 때는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른 문제도 고민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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