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각국은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격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소외된 지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어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감염병 확산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의 아린담 바수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거나 멈출 수 있도록 두 명 이상 사람들의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의 장벽을 만드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입증됐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전 세계로 퍼졌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천됐다.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됐고 약 5,000만~1억 명 정도가 사망했다.

당시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등의 대도시는 퍼레이드를 취소하기로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이미 600명 정도의 군인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된 상태였다. 한 달 후 필라델피아에서는 1만 명이 사망한 데 비해 세인트루이스의 사망자 수는 700명 미만이었다.

1918년 당시 미국 여러 도시에서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공개 모임을 막고 극장, 학교, 교회를 폐쇄한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현저히 낮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특권이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특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근로자와 같이 취약한 사람은 당장 일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때문에 감염병이 퍼진 상태에서도 일하러 나가야 한다. 또한 저임금 노동자 계층은 상대적으로 비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더욱 크다. 반면 대기업은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고임금 노동자들은 자가용을 타고 다닌 확률이 높다.

즉 가장 취약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 사회가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더욱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회의 다른 사람들과 개인을 분리 및 격리하는 조치인데, 저임금 계층일수록 이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슬럼가는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에 몰려 사는 구조다. 당연히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에 사는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 및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잔인한 농담이다. 레바논에 있는 베카 밸리에는 약 500명이 텐트를 치고 사는데, 이 텐트가 서로 떨어진 거리는 1.5m 정도다. 이에 따라 소셜 미디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UN과 원조 조직은 전 세계 7,000만 명에 달하는 이재민, 피난민 등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대개 식량이나 의료 공급이 부족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에 살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 중동 정책 책임자 미스티 버스웰은 "이런 지역에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본적인 사항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감염병 팬데믹을 통제하기 위한 훌륭한 전략이지만 소수만 감당할 수 있는 특권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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