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19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 슈퍼마켓에서는 식료품 및 생필품 사재기가 발생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품의 재고와 향후 가격 변동이 사재기 행동과 관련 있다.  

프랑스에서는 29%가 평소보다 비누와 손 소독제를 더 많이 구매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거주자 중 18%는 식품을 사재기했다고 답했고 8%는 의약품을, 7%는 마스크를 사재기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쌀과 인스턴트 국수 등 주식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는 슈퍼마켓의 판매 수익이 전년동기 대비 40%나 증가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손 소독제 판매가 800% 증가했다.

공황에 빠진 사람들이 사재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감염병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테러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사재기를 했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자연스러운 행동 양식이다.

미시간대학 심리학자인 스테파니 프레스턴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사재기를 하는 것은 정상적이다. 사람은 물론 동물도 부족함에 대응하도록 신경계가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 가을에 떨어진 도토리로 1년 내내 먹고 살아야 하는 다람쥐나 사막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주머니쥐 등은 각자의 방식으로 식량을 저장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다양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사재기에 나섰다. 2011년 일본에서 도호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1만 개 이상의 제품군이 사재기 대상이 됐다. 도쿄 및 인근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가구의 평균 일일 지출이 지진 이후 급증한 것 또한 관찰됐다.

감염병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불안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점점 더 큰 공황에 빠져 점점 더 많이 사재기를 할 것이다. 옥스퍼드대학의 앤드루 스티븐은 “불확실함을 계속 느낀다면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심리학자 스티븐 테일러는 "사재기는 불안감, 시간 낭비 등을 없애고 두려움을 통제하기 위한 행동이다. 사재기를 하면서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뭐라도 행동을 해야겠다고 느끼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미국경영과학회가 마케팅사이언스 저널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위기 상황에서 사재기를 막을 방법이 있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가격 판촉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사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쇼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언제까지 구매할 것인지 사전 계획을 설정할 수 있다.

소비자의 쇼핑 계획은 일반적으로 보유한 재고량과 구매할 제품의 미래 가격에 달려 있다. 토론토대학의 매튜 오스본은 "현재 사재기를 하는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제품의 미래 가격이 변하지 않으리라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앤드루 청은 "대형마트나 온라인 소매업체가 제품을 빨리 재입고해서 가격 을 동일하게 설정한다면, 즉 가격 판촉과 제품 전시 빈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언제든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 사재기를 하지 않게 된다. 품목의 구입 가능한 수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거나 가까운 미래에 가격이 변동될 것이라고 고지하면, 사재기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재기를 막을 또 다른 대안은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인정하고 다스리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면 두려움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충동이나 감정에 따른 결정을 내리지 않게 된다. 충동이나 감정이 아닌 객관적인 증거와 사실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불안을 정확히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높은 수준의 불안은 사재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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