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독 박테리아가 면역 세포를 효율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박테리아는 DNA를 뒤섞어 면역계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방식으로 박멸을 피했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매독균(Treponema pallidum)의 DNA 셔플링 메커니즘을 연구, 박테리아에 숨겨진 타고난 능력이 유전자 전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매독 박테리아는 유전자 단 하나로도 면역 체계를 피하고 숙주를 재감염시킬 수 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플로스에 게재됐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독은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건강상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병이다. 3단계로 병이 진행되는데, 1단계는 신체 여러 부분의 상처로 질병에 감염된 상태다. 이런 상처는 대개 성관계로 발생한다. 대부분 상처는 둥근 형태이며 통증이 없다.

2단계, 또는 2차 매독에서는 일련의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피부 발진, 림프절 부어오름, 발열 등이다. 다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하다. 3단계, 혹은 3차 매독은 심각한 임상 증상을 동반한다. 여러 장기가 박테리아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상태로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치료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감염으로 인한 손상은 영구적으로 남는다. 매독 박테리아가 뇌의 많은 신경세포를 손상시킨 경우, 인지 능력 장애, 행동 변화 등이 평생 지속된다. 초기 단계 치료가 영구적인 손상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매독균이 면역 체계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매독균은 유전적인 이유 때문에 면역 체계에서 피한 다음 숙주를 재감염시키기 위해 다시 활성화된다.

연구진은 질병에 감염된 남성에게서 매독균 샘플을 4번 수집했다. 이 남성은 매독 감염으로 인해 척수 이상을 겪고 있었다. 연구진은 6년 간격을 두고 매독에 2번 추가 감염된 환자의 혈액을 채취했다.

혈액 샘플에서 박테리아 게놈을 비교하고, 균주의 게놈에서 차이를 찾아내 재감염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내성이 유발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작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이미 항원과 접촉한 적이 있는 환자의 면역 체계가 다시 감염된 이유를 알 수 있는데, 비교 결과 연구진은 두 개의 다른 샘플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 결과, 병원체 게놈의 약 119만 개 염기에서 약 20개 변화가 발견됐다. 그런데 한 가지 유전자에서는 수백 개의 유전자 변화가 검출됐다. 이런 유전자 변화는 면역 체계를 속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전자는 tprK(Treponema pallidum repeat gene K)라고 불린다. 박테리아의 표면 단백질은 면역 세포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데,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면 면역 체계가 박테리아를 공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박테리아가 DNA를 교체하면 면역 체계를 혼동시키기 위해 새로운 tprK 변이체가 생성돼 병원체가 항생제의 억제를 받지 않고도 감염 사실을 숨기고 활동을 계속할 수 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아민 아데티아는 "많은 박테리아 게놈을 살펴봤는데, 이 유전자 하나가 매독 자체보다 더 흥미로웠다. 단백질의 기능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가변 영역 내에서 다양한 서열을 생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성병 감염(STI)에 관한 2018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 보고된 성병은 클라미디아가 1억 2,700만 건, 임질이 8,700만 건, 매독이 600만 건, 편모충증이 1억 5,600만 건이었다. 자신이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의학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성병 사례의 상다수가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2016년에 성병 발병 사례를 보면 임질은 여성 1,000명 당 20건, 남성 1,000명 당 26건 발생했다. 매독은 여성 1,000명 당 1.7건, 남성은 1.6건이었다. 선천 매독은 신생아 10만 명 출생 당 473건이었다. 선천 매독이란 출생 전부터 태아가 앓고 있던 만성적인 매독 감염으로, 출생 후 또는 출생 몇 년 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tprK로 새로운 매독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박테리아는 이 단백질을 사용해 면역 체계를 회피하고 면역 세포를 약화시키므로 언제든 매독 재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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