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코로나19,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치명적
수정일 2020년 05월 12일 화요일
등록일 2020년 05월 12일 화요일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례가 남성이 여성의 두 배 이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의 메이오클리닉에 따르면, 사스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남성이 여성보다 감염된 사례가 더 많았다.한 연구진이 남성이 감염병에 더 취약한 이유를 연구, 관련 논문을 BMJ 글로벌건강저널에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첫 번째 징후가 발견된 곳은 중국 우한이다. 우한에 있는 21개 병원의 사망률 데이터에 따르면 사망자 중 무려 75%가 남성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유럽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68%가 남성이었다. 미국 뉴욕시에서도 코로나19로 사망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가량에 이른다. 남성 인구 10만 명당 43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때, 여성 인구는 10만 명당 23명이 사망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입원한 남성의 8%가 사망했는데 여성은 5%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코로나19 사망률이 각각 80%와 20%로 집계됐다. 덴마크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의 5.7%가 사망했고 여성의 2.7%가 사망했다.

코로나19에 남성이 더 취약한 이유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X 염색체에는 면역계와 관련된 대부분 유전자가 포함돼 있는데, 여성의 염색체는 XX이고 남성은 XY다. 즉 남성은 면역계와 관련된 대부분 유전자가 포함된 X 염색체를 하나만 갖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X 염색체가 두 개 있으면 코로나19 등의 질병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옥스포드대학 면역학과 교수 필립 골더는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가 감지되는 단백질은 X 염색체에 암호화돼 있다. 여성의 면역 세포에서는 이런 단백질이 남성의 면역 세포에 비해 두 배나 많이 발현된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 또한 여성이 남성보다"고 설명했다.

2003년에 발생한 사스로 인한 사망자 또한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다. 면역학저널에 게재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실험한 결과 수컷 생쥐가 바이러스에 더 취약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안드로겐이나 에스트로겐 등의 성호르몬과 조절 유전자, 항체 생성 능력 등이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각기 다른 면역 반응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안드로겐이 남성의 면역 반응을 억압하는 가운데, 여성은 에스트로겐 덕분에 더 많은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감염을 제거할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의 면역계가 차이 나는 이유는 수천 년간 진화 역사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진화 과정에서 자손을 남기고 키워야 하는 여성은 가임기 동안 더 강력한 면역력을 갖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은 바이러스 등에 덜 감염되고 감염되더라도 강력한 면역 반응으로 이겨낼 가능성이 남성에 비해 높다.

필립 골더 교수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더 쉬운 이유는 생활 습관 등의 행동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은 대개 여성보다 흡연이나 음주를 할 확률이 높은데, 그런 경우 심장질환, 폐질환, 암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가능성 또한 높다.

코로나 19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생활습관의 차이로 남성들에게 기저질환이 있을 확률이 높고, 그렇기에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률도 더 높다는 것이다. 심혈관질환이나 고혈압, 만성 폐질환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특히 치명적이다. 중국에서도 흡연으로 인한 만성 폐질환이 있는 남성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많았다.

 

또 다른 행동 요인도 있다. 갤럽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코로나19에 관심이 더 많으며 개인위생을 잘 지킨다. 여성의 62%, 남성의 58%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을 꾸준히 접한다고 답했다.

감염병 전문가 스테판 버거 박사는 "남성은 인파가 많은 곳에 가거나 직업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감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버거는 또한 "대부분 문화권에서 남성이 극심한 기후나 대기오염 등에 노출된 채 야외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섭 기자 ra102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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