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겪는 집단이 흑인으로 드러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에는 30%나 차지한다. 미국의 26개 주를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감염자의 34%가 흑인이었다. 

워싱턴 DC는 인구의 46%가 흑인이지만 코로나19 환자 중에는 무려 62.5%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시간주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의 85%가 흑인이었다. 시카고에서도 감염자 중 절반 이상이 흑인이었고, 사망자의 70% 이상이 흑인이었다. 루이지애나주에서는 4월 첫째 주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 중 약 70%가 흑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 코로나19에 감염되기 더 쉽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유전적인 위험 요소 때문에 나트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에 따라 고혈압에 걸릴 확률도 높다.

과학 전문 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카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흑인은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더 어렵고, 병원비나 보험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건강 관리 기관으로부터 인종 차별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가는 인구 밀도가 높아 감염 위험이 심각하다.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보면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특히 취약한 이유는 사회적인 구조 때문이다. 인종과 이들이 속한 사회경제적인 계급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흑인 커뮤니티는 바이러스 그 자체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로 인한 부가적인 영향에도 취약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2,600만 명의 미국인이 실업 수당을 신청했다. 실업률 통계는 인종별로 세분화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흑인이 아주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흑인의 실업률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의 전체 실업률보다 2배 높았다. 미국의 전체 실업률이 3.5%일 때 흑인의 실업률은 5.8% 정도였다. 반면 백인의 실업률은 3.1%였다. 그렇기에 팬데믹 기간에 흑인의 실업률 상황은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 대공황이 발생한  2010년 전체 실업률이 9.6%에 달했는데, 흑인의 실업률은 16%였다.

인종, 민족, 경제 등에 관한 경제정책연구소의 발레리 윌슨은 "국가 전체 실업률과 흑인 실업률 간의 관계는 1:2에 가깝다. 전체 실업률이 높아진다면 흑인 실업률은 두 배 정도로 높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윌리엄 로저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실업률이 지난 3월 19%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경기 침체를 더욱 심각하게 겪는 이유는 기업이 직원을 해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교육 수준이 낮고 경험이 적은 직원을 먼저 해고하는데, 대부분 흑인이 이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중보건대학의 데니스 허드 교수에 따르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지속적인 경찰 관련 폭력 사건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 이전에도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경찰들의 폭력 및 총격 사건 등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경찰의 폭력을 자주 겪는 커뮤니티 구성원은 스트레스로 천식이나 비만, 심장 질환 등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이런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 감염 및 사망 가능성이 더 높다.

뉴욕시민자유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길을 가다가 경찰의 심문을 받는 사람의 90%는 흑인이나 라틴계 미국인이다. 심문 중 20%의 경우에는 경찰관이 무력을 사용했다.

법집행기관에 의한 차별 및 의료 기관의 불공정 치료와 흑인 지역사회의 더 높은 질병률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다. 사회가 나서서 차별하고 어디에 가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 문제는 취약한 사회 구성원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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