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는 다른 여러 약물에도 내성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워싱턴대학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다약제 내성에 대한 세포 기전을 조사, 단일 항생제에 장기간 노출된 박테리아는 다른 항생제에도 내성을 가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약물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내성을 개발할 수 있었으며,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 유전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학에 게재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항생제가 발견된 이후 인간의 삶은 180도 변했다. 수백만 명을 죽일 수도 있었던 많은 질병이 항생제로 치료됐다. 문제는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항생제가 더이상 박테리아 감염에 효율적으로 작용할 수 없어 아주 간단한 감염으로도 조기 사망할 우려가 있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것은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 있는 박테리아다. 박테리아가 한 가지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개발하면, 그 약물은 더 이상 해당 박테리아에 효과가 없다. 그런데도 그 항생제를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연구진은 단일 항생제에 장기간 노출된 박테리아가 다약제 내성을 자극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클러스터 일부가 살아남으면, 그대로 다음 세대에 전해져 다음 세대 박테리아는 처음부터 하나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일 것이다.

연구진은 항생제 저항성의 확산에 관여하는 일반적인 메커니즘인 플라스미드에 주목했다. 플라스미드는 염색체와 별개로 존재하면서 자기 복제로 증식할 수 있는 DNA를 말한다. 

연구진은 대장균과 폐렴막대균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대장균은 테트라사이클린에 저항성을 갖는 플라스미드를 포함하고 있었고, 폐렴막대균은 클로람페니콜에 저항성을 갖는 플라스미드를 포함하고 있었다. 균은 한 가지 항생제에 노출된 상황에서 성장한 다음 항생제가 없는 환경으로 옮겨졌다.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 노출된 지 9일 후, 플라스미드를 포함한 폐렴막대균은 50% 미만으로 감소한 반면, 플라스미드를 포함한 대장균은 20%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분석 결과, 항생제 위협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박테리아들은 플라스미드에 더 높은 친화력을 보였다. 이후 다시 항생제가 없는 환경으로 옮겨져 9일이 지난 균들은 모두 50% 이상 플라스미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면 생존을 위해 플라스미드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플라스미드는 박테리아에 의해 완전히 흘려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전달됐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플라스미드에 더 단단히 붙어 있었다. 결국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생존한 박테리아의 후손은 같은 위협에서 더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후손에는 똑같은 항생제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연구진은 박테리아의 다약제 내성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폐렴막대균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 폐렴막대균 한 세트를 두고, 다른 세트는 항생제에 노출시킨 다음 항생제 양을 점점 늘려갔다. 점차 증가하는 항생제에 노출된 폐렴막대균은 이전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고, 항생제가 없는 환경에 놓인 폐렴막대균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플라스미드를 얻을 수 있었다.

항생제에 내성이 없던 균도 다약제 내성을 갖춘 균이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 폐렴막대균을 복제해 대장균이 있는 환경에 배치하자 1,000배나 많은 다약제 내성 폐렴막대균이 관찰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9년 항생제 내성 위협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모든 환경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 사람은 18% 줄었고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 사람은 28% 줄었다.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은 41% 감소, 카바페넴 내성 아시네토박터는 33% 감소, 다약제 내성 녹농균은 29% 감소, 약제 내성 칸디다는 25% 감소,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은 21% 감소 등의 결과를 보였다.

항생제 내성이 증가한 사례도 있다. 에리스로마이신 내성 A군 연쇄상구균은 무려 315%나 늘어났고, 약제 내성 임균은 124%, ESBL 생성 장내세균은 50% 늘어났다.

진화한 박테리아는 다양한 항생제에 내성이 있을 수 있다. 의료기관은 항생제를 적절히 처방해야 한다.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늘릴 수 있고 슈퍼버그가 탄생할 우려도 있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