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이유가 슈퍼 면역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캐나다의 서스캐처원대학 연구진은 메르스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MERS-CoV가 박쥐 세포와 시험관에서 공존했다고 말했다. 즉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염을 유발할 때마다 박쥐 세포의 면역 체계가 이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돼 비활성화됐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티픽 리포트 저널에 게재됐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가장 큰 미스터리는 기원과 돌연변이 유발 특성이다. 과학자들이 식별한 모든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화학 물질이나 약물 등에 노출되면 외부 힘에 의해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동물 숙주의 감염과 관련이 있다.

지난 4월 23일, 미국 자연사박물관은 코로나바이러스와 박쥐의 비정상적인 관계에 대해 보고했다.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운반체인데, 수백만 년 동안 저절로 코로나바이러스에 면역력을 키우게 된 것이다. 모든 동물이 체내에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는 특히 박쥐와 다른 몇몇 포유 동물에게서 발견된다.

야생에 서식하는 박쥐는 다른 동물 종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쉽다. 이렇게 다른 동물에게 옮겨간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동물을 감염시키고, 이 동물이 새로운 숙주가 돼 다른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 또한 새로운 숙주가 될 수 있다.

서스캐처원대학 연구진은 박쥐 세포와 MERS-CoV 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분석했다. 연구진은 생물안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박쥐의 신장세포와 녹색 원숭이의 신장세포, 인간의 폐세포 등을 사용했다.

MERS-CoV 바이러스에 세포를 노출시킨 다음 감염된 세포의 반응과 차이를 조사한 결과, 모든 배양 세포에서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났다. 그런데 박쥐 세포에서는 바이러스와 숙주 세포가 장기간 어울릴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비크람 미스라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 세포를 죽이는 대신, 박쥐의 독특한 슈퍼 면역계에 의해 숙주와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의 바이러스인 SARS-CoV-2에서도 같은 모습이 관찰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박쥐 세포는 효율적인 반응을 보였고, 자연적인 항바이러스 반응을 활성화했다. 인간 세포를 비롯해 다른 동물 세포에서는 염증 반응이 나타났으며 자연적인 항바이러스 반응이 중단됐다.  

반면 박쥐 세포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적응시키는 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는 살아남는 대신 재생산을 하지 않고 결국 박쥐 세포와 공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질병 바이러스가 투입되면 박쥐 세포와 코로나바이러스 사이의 균형이 깨진다. 이런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박쥐가 질병에 걸리거나 바이러스를 다른 동물에게로 옮길 수 있다.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의 관계는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긴 것은 삼림 벌채나 사냥, 야생동물 섭취 등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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