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신 건강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와 동반된 불안과 실직, 사망, 고립,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일부는 정신건강 위기의 시초일 뿐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카이저 패밀리 재단이 지난 3월 25~30일 미국인 1,2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 45%가 위기 상황 때문에 정신 건강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정신건강협회(MHA)가 1~4월에 조사한 결과 불안증은 70% 이상 증가했으며 우울증도 64%가 늘었다. MHA의 폴 기온프리도 회장은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팬데믹 때문에 수만 명이 이미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으며 대부분 젊은 세대다”라고 말했다.

국립정신질환연맹(NAMI)도 팬데믹 공표 이래로 정신 건강 자원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다고 보고했다. 전년 동기 대비 3월 1일~4월 23일 상담전화와 이메일이 41% 증가했다. NAMI의 던 브라운 이사는 문의 전화의 75%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이사는 “코로나19를 언급하면서 전화를 걸어온 상담자 대부분 심각한 불안을 겪고 있었다. 일부는 공황 발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맥켄지앤컴퍼니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는 우울증과 불안을 겪고 있었다. 20%는 비의료적인 이유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국가적 재난 상황 후 정신 건강 위기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 발표된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7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우울증과 불안, 알코올 남용이 급증했으며 자살률도 13% 증가했다. 2008년에만 실직과 소득 불평등으로 4만 6,0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정신 건강 문제 위기가 곧 발생할 것으로 경고했다. 여기에는 우울증과 약물 남용,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자살 등이 포함된다. 미국보건단체 웰빙트러스터는 “팬데믹으로 인한 실직과 경제 침체, 고립으로 인한 스트레스, 불확실성 등이 원인이 돼 소위 말하는 ‘절망의 죽음’이 상당히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웰빙트러스트의 벤자민 밀러 박사는 “양질의 정신 건강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약물 남용과 자살률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전역의 수많은 지역사회에서 약물 남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다수 발표됐다. 지난 3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는 약물 남용으로 인한 비상 전화가 20%가량 증가했다. 콜럼버스와 오하이오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제임스 케네디 변호사는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이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낳고 약물 남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약물 남용 문제가 존재했지만, 바이러스를 근절한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료진의 정신 건강이 특히 취약할 수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진의 절반가량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겪고 있다. 2007년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발병 이후 임상의 사이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심리적 고통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간호사들 사이에서 자살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의사연맹의 대표 카를로 팔메르모는 “의료진 사이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스턴의과대학의 산드로 갈레아 박사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 그 자체가 정신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완화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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