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전 세계에 퍼졌지만 단 한 군데 바이러스 청정구역이 있다. 바로 남극이다.

남극 대륙은 코로나19 징후가 없는 유일한 대륙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없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검역과 자가격리를 실시하는 등 만일에 대비한 엄격한 조치를 하고 있다. 현재 과학자와 연구원 등을 비롯해 5,000명 넘게 남극 대륙의 80개 정도 기지에 거주하고 있다.

남극 대륙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미국 기지인 앤버스 아일랜드 팔머 스테이션에 거주하는 케리 넬슨은 "이곳에 있어서 안전하다는 현실에 감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몇몇은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남극 대륙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다른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남극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강풍과 거대한 파도가 끊임없이 몰아치는 곳이다. 남극의 극전선은 해양 식물과 동물의 이동마저 차단한다. 

원래는 관광선이 다니기도 했으나, 남극 대륙 관광선과 유람선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러 정부가 여행을 제한했고 몇 주 전부터 남극 여행이 중단됐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170여 명의 과학자 및 군인들은 남극에 남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필요한 음식을 공급받으며 지내고 있다. 미국국립과학재단의 남극 연구원인 알렉산드라 이세른 박사는 "남극에 서도 빈번한 손 씻기 등의 조치는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혹시 모를 질병과 싸우기 위해 늘 강력한 공중위생 수칙 및 건강 프로토콜을 지켜왔다. 남극에서 질병이 확산하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극에 사는 연구진은 좁은 시설 내에서 여러 명이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으며, 의료 시설이 제한돼 있어 질병이 빠르게 확산할 우려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과학계는 연구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독일의 한 과학자는 팀원들과 함께 남극으로 떠나기 직전에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팀 전체의 연구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스콧폴라연구소의 지리학자 마이클 브라보는 "예방 조치가 얼마나 이어져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로 연구, 특히 초기 실험 데이터의 분석 및 출판 작업이 밀릴까봐 걱정하고 있다. 특히 야생 동물에게 접근해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생태학자 벤 할펜은 "자연은 연구가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또 자연은 반복되지 않는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차이가 현재 발생하고 있고 꽤 오래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조치 때문에 남극 대륙에 남아 있는 과학자와 연구진은 혹독한 추위 속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남극 대륙에 사는 연구진 사이에서도 정보 부족과 가족 걱정으로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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