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이 신체와 정신에 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은 오히려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의 노팅엄트렌트대학·윈체스터대학·더비대학, 미국의 조지아주립대학 연구진이 코로나바이러스 불안과 건강 의식 및 행동을 조사한 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개인위생 수칙이나 건강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불안은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정신의학 및 중독 저널에 게재됐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행동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손을 더 자주 씻었고, 손 소독제를 더 자주 사용했다. 외식을 줄인 사람도 많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이 지난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2,4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85%는 더 자주 손을 씻었고 손 소독제를 더 자주 사용했다. 61%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잘 지키고 있었으며, 50%는 기도를 더 많이 했고 22%는 식량과 물을 더 많이 비축해두었다고 답했다.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한 사람은 7%뿐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 지 몇 달이 지나자 이제 교통 부문에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는 경제 활동을 재개하기 위해 도시 폐쇄 조치를 완화했다. 교통 부문에 발생한 변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교통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자전거다. 2020년 3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레저 자전거 판매는 전년 대비 121% 증가했고, 전기 자전거는 전년 대비 85% 판매 증가했다. 피트니스 자전거는 66%, 어린이용 자전거는 59% 판매가 증가했다. 자전거 수리 및 기타 서비스 이용도 20% 증가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지역사회 불안이 기능적이고 실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을 느낀 사람들이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건강 프로토콜을 준수할 동기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몇 가지 변수 중 하나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예측하는 데 사용됐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불안이다. 불안을 느낀 사람들은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노팅엄트렌트대학 심리학자 크레이그 하퍼는 "두려움과 불안이 도덕적, 정치적 지향성보다 더 강력한 예측 변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행동 변화와 관련된 삶의 질 저하도 눈에 띄지 않았다. 코로나19 불안이 오히려 신체적이고 환경적인 삶이 질에 도움이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최근 행동 변화를 알아봤다. 조사 내용으로는 질병에 걸릴 위험,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두려움, 도덕적 기초, 정치적 지향 등이 있었다. 정치적 지향은 극심한 자유주의부터 극심한 보수주의 중에서 선택 가능했다. 행동 변화의 예시로는 사회적 거리두기, 손 씻기 등 수칙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불안, 두려움과 행동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었다. 불안해진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했다. 이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킴에 따라 여타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생존 본능에 따라 건강 프로토콜을 지켰다.

일반적으로 불안이나 두려움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간주되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불안은 오히려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단, 극심한 공포는 그렇지 않다. 극심한 공포는 여전히 스트레스 요인이다. 적절한 수준의 불안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부추기지만, 극심한 공포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람들이 냉정한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인도주의재난연구소의 창립자인 제이미 에이튼 박사는 "화재에 대한 두려움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화재가 불안하고 두려워서 가스 밸브를 점검한다. 적절한 수준의 불안은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낸다. 코로나19에 대한 불안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가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에이튼 박사는 또한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불안이 순수한 공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불안에 대한 준비 반응은 생존하려는 의지다. 순수한, 혹은 극심한 공포는 사람이 뭔가에 대비할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위기 상황에 불안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불안과 두려움이 무기로 바뀌면 위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극심한 공포에 노출된 사람은 주변에 있는 모든 상황이나 사람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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