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와 미국 워싱턴주는 아시아에서 온 말벌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말로 ‘장수말벌’이라고 부르는 말벌로, 말벌 중에서도 크기가 매우 크며 양봉업자들이 키우는 꿀벌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장수말벌은 심지어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장수말벌을 비롯해 말벌 종류의 벌 때문에 미국에서는 2000년부터 2017년에 1,109명이 사망했다. 연평균 62명 수준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2001년에 43명으로 가장 낮았고 2017년에 89명으로 가장 높았다. 사망자의 80%는 남성이었다.

장수말벌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스리랑카 등 온대 및 열대 동부 아시아에 서식하며 여왕벌과 일벌로 구성된 집을 땅속에 만들고 산다. 그런데 이 말벌들이 어떻게 미주 지역에 도달한 것일까?

지난 2019년 캐나다 밴쿠버섬에서 장수말벌의 벌집이 발견됐다. 당국이 이 둥지를 파괴했지만 12월 미국 워싱턴주에서 장수말벌 시체가 발견됐다. 장수말벌이 어떻게 이 지역에 퍼지게 됐는지, 미주 지역에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얼러트에 따르면, 장수말벌은 화물 컨테이너를 타고 미주 지역까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항구에는 매일 1만 9,000개 이상의 화물 컨테이너가 도착한다. 검사관이 모든 화물을 전부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검사하기 때문에 장수말벌이 화물 컨테이너를 통해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

장수말벌은 매우 튼튼하고 긴 침을 갖고 있으며 꿀벌의 벌집을 파괴하거나 사람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이 있다. 중국에서는 2013년에 장수말벌 때문에 한 지역에서만 42명이 사망했다. 장수말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미주 지역에서는 이 말벌에 '킬러 말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디어가 ‘킬러’ 명칭을 남발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곤충학자 크리스 루니는 "곤충 이름 때문에 사람들이 더 두려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장수말벌은 상어 지느러미와 비슷한 모양의 강력한 아래턱으로 꿀벌을 물어 죽일 수 있다. 꿀벌 집을 습격해 몇 시간 동안 공격을 가하고 모든 꿀벌과 애벌레를 죽일 수 있다. 그 외에도 장수말벌은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어 사람에게 위험하다.

장수말벌이 미국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면서 과학자들과 양봉업자들은 대대적인 장수말벌 사냥에 나섰다. 장수말벌을 그대로 뒀다가는 꿀벌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루니는 "장수말벌이 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몇 년 안에 박멸하지 못하면 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행히 미주 지역에서는 장수말벌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다만 장수말벌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 일반적인 생태계에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장수말벌은 침입종으로 기존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다른 벌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

미국은 침입종 동식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다. 2005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침입종으로 입은 피해는 매년 1,200억 달러(143조 6,880억 원)에 달한다.

장수말벌보다 모기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및 기타 질병을 퍼뜨려 생명을 위협한다. 미국에서는 모기가 전염시키는 희귀병인 동부 말 뇌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최소 15명이다. 인류 전체로 보면, 모기로 사망한 사람은 누계 500억 명에 이른다.

모기는 17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괴롭혔다. 당시 많은 사람이 말라리아와 황열병에 감염됐다. 

플로리다대학 곤충학자 로렌스 리브스는 "미국에서 모기에게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복권 당첨 정도의 확률이지만, 문제는 복권에 당첨되는 사람은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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