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식품, 운동, 의료 등은 물론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시간 인식이 변했다.

영국 더럼대학 인류학자 펠릭스 링겔은 위기 상황에 인류가 시간을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여태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발생한 많은 위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은 인간의 현실 감각을 박탈했다. 많은 사람이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끼며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링겔은 위기 기간에 발생한 시간 인식의 변화가 강제된 현재주의라고 말했다. 현재주의는 현재에 갇혀서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지금 많은 사람이 강제된 현재주의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언제 다시 일을 시작하고, 재취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언제 다시 여행과 휴가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사람이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졌다.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사람이 홈베이킹, 홈스쿨링, 홈트레이닝 등 평소와는 다른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길어지면서 갇혀 있는 느낌, 고착감,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났다. 일부는 아이디어나 상품 개발, 돈의 흐름 등을 따라갈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에 갇힌 기분을 떨쳐내고 고착감을 뿌리치기 위해서는 안정을 유지하고 묵묵하게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수년 동안 고용률이 높고 산업이 호황을 겪고 나면 사람들은 산업화 이후 도시에는 미래가 없다고 느끼게 된다.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떠나 직업을 찾고, 남겨진 사람들은 고향이 점점 쇠퇴한다고 느낀다.

링겔은 "강제적인 현재주의를 극복하는 전략을 코로나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하고 말했다. 사람들이 지금부터 포스트 팬데믹, 즉 팬데믹 상황이 지나가고 난 후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은 없지만, 사람들은 현재에 갇혀 있다는 기분을 벗어던지고 미래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시간의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응답자 중 76%는 코로나19 감염병 이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고 41%는 팬데믹 상황이 더 길어진다면 저축해둔 돈이 다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41%는 루마니아 당국의 대처와 결정에 분노한다고 답했고 40%는 팬데믹 기간 중 외로움을 느꼈다. 38%는 코로나 19로 죽을까봐 두렵다고 말했고 38%는 식량이 부족해질까봐 두렵다고 답했다. 33%는 외식을 하러 나가고 싶다고 말했고 32%는 평소 느끼지 않았던 불안을 느꼈으며 17%는 모두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 폴라 더로프스키가 영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2020년 1월에 15.6%는 해야 할 일을 절대 미루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20.5%는 매일 할 일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할 일을 미루면 현재에 갇혀 있다는 기분이 더 강해진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독감도 극복했듯이 이번 위기도 극복할 것이다. 다만 팬데믹 이후의 미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