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동물원성 감염병 대처에 공중보건 분야, 그중에서도 수의사와 야생동물 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HIV 등 지난 40년간 인류를 공격한 질병의 공통점은 동물원성 바이러스 감염병이라는 것이다. 동물원성 바이러스는 오늘날 우리가 겪는 모든 질병의 75%를 차지한다. 

세계동물건강기구의 마크 시프는 "역사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이런 급박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많이 하지 않았다. 동물들 사이에서 발생한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경우는 흔하다"라고 말했다.

동물의 병원균은 인간을 감염시키지 않더라도 동물들 사이에서 대규모로 발생해 식량 안보 및 국제 생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돼지 농가는 큰 피해를 입었으며, 일반 시민들의 돼지고기 소비가 주춤하기도 했다. 돼지들이 먹을 사료를 공급하는 업체나 다른 농장도 큰 피해를 입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글로벌건강보안센터 담당자 로빈 알더스는 "비동물성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을 통제하지 않으면 동물성 질병이 미치는 영향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의학자는 동물원성 감염병 진단 및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1999년 북미에서 뇌염을 일으키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이를 확인한 사람은 수의학 병리학자인 트레이시 맥나마라였다. 조류독감이나 메르스, 사스, HIV, 에볼라 등과 동일하게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염된 질병이기 때문에 질병의 과거사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맥나마라는 까마귀가 대규모로 사망한 것을 확인했고 그 후 홍학, 가마우지, 꿩 등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으며 이후 뉴욕의 몇몇 사람들이 비슷한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맥나마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농업부 등에 연락해 경고했지만, 수의사라는 이유만으로 그의 발언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몇 주 후 뉴욕에서 서반구에서는 처음으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사례가 보고됐다. 동물 감염은 인간 감염보다 1~2개월 일찍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이후 공공 보건 부문과 수의학 부문 간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많은 사람이 깨닫게 됐다.

오하이오주립대 수의학과 린다 사이프 박사는 “수의사가 동물 감염의 모든 측면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프 박사는 "수의사들은 동물성 질병과 중간 숙주를 확인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 야생 동물 의학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의사는 동물원성 질병을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에게 원인 모를 질병이 발생하면 가장 적합한 동물 모델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중저소득 국가에서는 수의사에 대한 지원이 많지 않다. 가령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거주자들은 가축과 밀접한 생활을 하지만 수의사 진료를 받기 힘들다. 이곳서는 통제되지 않은 감염병이나 가축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사이프 박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이나 글로벌 건강 위기를 예방하려면 수의학 분야의 지원과 훈련이 필요하다. 수의사는 인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물원성 질병 연구의 최전선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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