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경제에 큰 타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앞으로 계속해서 함께 살아가야 할 질병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모든 풍경이 바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네소타대학의 도시 플랜 전문가 잉링 팬은 "전략적 투자, 창의적 사고 및 새로운 기술로 사람들이 대중교통은 충분히 안전하다고 인식하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출퇴근길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버스나 전철 등에서 사람들이 빈틈없이 붙어 서 있는 모습이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자가격리를 하거나 외출할 때는 최소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했다. 미국 교통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중교통 이용률 감소 등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고속도로 교통량도 40~60% 정도 줄었다.

워싱턴 DC의 라디오방송국 WAMU에 따르면, 이 지역의 지하철은 코로나19로 인해 19개 역을 폐쇄해야 했다. 감염병이 발생하기 전에는 평일에 대개 98만 명 정도가 지하철을 이용했으나 지금은 13~15만 명이 이용한다. 당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공무원, 병원 관계자, 약국 관계자 등이라고 말한다.

교통부 제프 마루션은 "버스나 지하철 인프라가 도입되면서 코로나19 이전에는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들며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설득했는데, 이제 반대로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의 지난 5월 9일 기준 대중교통 교통량은 일반적인 시기에 비해 29% 감소했다. 이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은 유럽 5개국과 아시아 3개국 거주자의 75%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코로나19 예방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응답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4년에 진행된 조사에서는 2003년 대만에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지하철 탑승객 수가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2009년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급성호흡기질환으로 건강 관리 센터를 찾을 가능성이 6배나 높았다. 자동차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다. 만성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매일 1시간 이상 자가용을 타는 사람은 비만 위험이 6% 증가한다. 비만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대중교통 이용의 급격한 변화는 교통 패턴이 장기적으로 변화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거나 이동을 줄이면서 버스 배차 간격이나 지하철 운행 간격이 늘어났다.

일부 노선은 폐지되기도 했다. 이런 변화로 도시에 존재하는 기존 불평등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비교적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많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저소득층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 접근할 기회가 줄어든다.

최근 미국의 조사에 따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 중에는 소수자의 비율이 높았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 중에는 6명 중 1명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거의 60%는 흑인이다. 이들은 건강 보험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능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감염 및 사망 위험이 더 높다.

게다가 저소득층이나 소수자들은 계속해서 출퇴근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면해야 하는 직업이다. 예를 들어 IT 업계 사무직은 고소득층이며, 얼마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하지만, 식당 직원 등 서비스직은 저소득이며 현장에서 일해야 한다. 이런 불평등 때문에 소득이 낮고 출퇴근을 반드시 해야 하며 타인과 접촉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 기회를 이용해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할 때 사회에 존재하는 기존의 불평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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