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문지영 책임연구원, 최효선 학생연구원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쥐의 배양 뉴런세포를 관찰하고 있다. (출처=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KBRI, 원장 서판길)은 문지영 박사 연구팀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에 의한 자폐증 유도기전을 밝혔다고 1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Molecular Brain’ 6월호에 게재되었으며 논문명은 'Propionic acid induces dendritic spine loss by MAPK/ERK signaling and dysregulation of autophagic flux'이며  저자 는 최효선(제1저자), 김인식, 문지영(교신저자)이다.

장은 ‘제 2의 뇌’라고도 불리며, 장에서 흡수되는 물질이 혈관을 타고 몸의 반대편에 있는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 개념이 각광받으면서 최근 몇 년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폐아들이 종종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위장문제를 겪는다는 점에 주목하여 자폐 또한 장내 미생물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되어 왔지만, 정확한 상관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최근 프로피온산(PPA)을 투여한 쥐가 자폐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프로피온산(PPA)은 가공식품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식품첨가물이다.

연구팀은 쥐의 배양 뉴런세포에 PPA를 투여하고 해마 신경세포 의 형태와 단백질 발현량을 관찰한 결과 자가포식 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상세포 돌기의 개수가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소기관 등을 스스로 분해하는 자정작용인데, PPA를 투여하면 자가포식체가 리소좀과 결합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폐물이 축적되고 시냅스 형성에 중요한 수상돌기 가시가 줄어들면서 아동기에 필수적인 뇌 발달이 더뎌지는 것이다.

또한 PPA를 투여한 세포에서 세포외 신호조절 키나아제(ERK)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것을 발견했다. 이에 ERK를 저해하는 효소를 넣었더니 줄어든 수상돌기 가시의 개수가 다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본 연구는 식품첨가물로 흔히 쓰이는 프로피온산(PPA)이 과도한 경우 자폐증을 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밝힘으로써 장내 세균의 대사물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문지영 책임연구원과 최효선 학생연구원은 “장내 미생물이 뇌에 미치는 여러가지 영향 중 하나를 밝혀낸 것”이라며 “프로피온산(PPA)이 뇌질환을 유도하는 매커니즘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향후 관련 질환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20-BR-04-01), 한국연구재단(2019R1A2C1010634) 과제의 도움으로 수행됐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