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내성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질이 개발됐다. ‘이레시스틴’이라 불리는 이 화합물은 박테리아 세포벽을 관통해 박테리아 내부 엽산을 파괴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이 화합물은 단단한 세포벽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그람 음성 박테리아를 뚫을 수 있다. 일단 관통해 들어가면 내부 엽산을 파괴해 박테리아의 핵산 합성 기능을 무력화한다. 이 화합물은 박테리아 내성을 촉발시킬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계에서 박테리아 감염은 그람 염색법으로 구별할 수 있다. 박테리아에 그람 염색법을 적용하면 현미경 아래에서 고유 색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병원균이 가지고 있는 방어 속성을 볼 수 있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음성과 양성으로 나뉘는데, 그람 음성 박테리아는 항생제가 세포벽을 침투할 수 없어 회복력이 강하다.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은 슈퍼버그 감염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 화합물을 개발했다. 화합물 SCH-79797은 박테리아 세포벽을 뚫는 동시에 세포 내 엽산을 제거해 항생제 내성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화합물이 상용화되면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제머 기타이 교수는 “내성 없이 그람 양성 및 그람 음성을 표적할 수 있는 최초의 항생제다. 이번 연구에서 밝혀낸 흥미로운 사실은 항생제의 작용 방법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분자 내에서 두 가지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박테리아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화합물질을 개발하면서 내성을 둘러싼 두 가지 중요한 기술적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먼저, 단 하나의 박테리아도 내성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둘째, 화합물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수석 연구원 제임스 마틴 박사는 25일 동안 박테리아 샘플을 화합물질에 여러 차례 노출시켰다. 박테리아는 실험실 환경에서 20분마다 성장할 수 있어 샘플 박테리아는 수백만 번 내성을 개발할 수 있었다. 즉, 박테리아가 SCH-79797에 대항하는 방법을 개발할 기회가 있었다는 의미인데, 박테리아 샘플 중 어느 것도 내성 징후를 표출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젠타마이신, 나이신, 노보바이오신, 트리메토프림 같은 다른 항생제로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여느 항생제와 달리 SCH-79797, 일명 이레시스틴(Irresistin)이라는 새로운 화합물을 사용했을 때 검출 가능한 수준의 내성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레시스틴, 항생제 효과 없던 임질균도 제거 가능 

연구팀은 마지막 단계에서 5가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중 임질균을 선택했다. 임질균은 다중 약물 내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현재까지 어떤 항생제도 효과가 없었다. 새로운 화합물 이레시스틴을 적용한 결과 임질균이 쉽게 제거됐다. 심지어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의 도움을 받아 임질균 중 가장 내성이 강한 유형에도 이레시스틴을 처치했으며 그 결과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박테리아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년 내성이 있는 임질 감염 환자가 약 55만 명씩 발생하고 있다. 이 수치는 연간 직접 의료비가 1억3,340만 달러(1,608억 4,038만 원) 발생한다는 의미다. 임질균 내성은 빠르게 나타나며 신약 개발 속도를 능가한다. 1980년대에는 페니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으로도 임질을 치료하지 못했다. 2007년에는 임질균 내성으로 항생제 시프로플로사신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2012년에는 세피사임도 임질 치료제에서 배제됐다.

한편, 이레시스틴은 약물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박테리아와 사람 세포 모두에 독성을 보이지만, 사람 세포보다 박테리아에 1,000배 이상 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이레시스틴으로 임진균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