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에 겪은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가 첫 아이를 가지는 시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핀란드 투르쿠대학과 헬싱키대학 연구팀은 유년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여성이 유년기를 안정적으로 보낸 여성보다 이른 시기에 아이를 낳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천재지변과 전염병, 전쟁 등을 겪은 여자아이는 성인이 된 이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로버트 린치 박사와 연구팀은 성장 시기의 환경 조건이 임신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활사의 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된 분석적 체계 ‘생애사 이론(Life history theory)’에 따르면, 미래가 불확실할 때 유기체는 번식을 가속화한다. 이론을 사람에게 적용하면, 어린 시기에 죽음에 노출되면 임신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핀란드 여성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준 군사단체에서 복무했던 소녀들은 복무하지 않은 자매나 또래보다 이른 나이에 임신했으며 출산 간격이 짧았고, 더 많은 아이를 낳았다. 성장기에 높은 사망률에 노출되면 임신 시기를 가속화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 결과는 전쟁 참여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린치 박사는 “어머니가 되는 시기 등을 포함해 기본적인 사항에 정신적 외상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면 성 기능 발달 속도와 사회성, 위험에 대한 혐오 같은 다른 중요한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고난과 환경적 스트레스가 성장기 소녀의 건강을 저해할 수 있지만, 생애사 이론 모델을 토대로 보면 경험하는 환경 조건에 반응해 임신 계획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핀란드의 준 군사단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핀란드 여성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세트로 전쟁 전과 후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여성 복무자의 가족 배경을 조사하고 자매와도 비교했다. 조사 결과, 유년기 트라우마가 여성의 임신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전쟁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전 세계 수백만 성인과 아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게다가, 천재지변과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다른 트라우마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진화 이론에 적용한다면 사망률이 높은 불안정한 환경을 경험한 사람들은 조기 임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임신율은 1950년 5.05명에서 2015년 2.49명으로 감소했다.

투르쿠대학의 버피 루마 교수는 “정신적 외상을 경험한 여자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상황에 맞춰 조숙하게 행동해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안정화된 이후에도 트라우마 영향이 지속돼 임신 시기 등 성인기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범죄나 전쟁, 천재지변에 노출되는 빈도와 임신 감소 패턴과 첫 출산의 지연, 청소년 임신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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