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美, 말라리아 근절 위해 유전자 조작 모기 방사 계획
수정일 2020년 06월 30일 화요일
등록일 2020년 06월 30일 화요일

영국의 바이오기술 회사 옥시텍(Oxitec)이 만든 유전자 조작 모기 수백만 마리를 미국 전역에 풀어 말라리아를 소탕할 예정이다.

옥시텍의 계획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승인을 받았다. 야생에 풀어놓을 돌연변이 수컷 모기는 미국 내 모기 개체수를 줄일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조작된 것이다.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가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하게 되면 암컷이 낳은 새끼는 생존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피가 필요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빠는 습성이 있다. 옥시텍이 개발한 모기는 사람에게 질병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없다.

옥시텍은 지난 5월 1일 OX5034라고 부르는 유전자 조작 모기 방사 실험 허가를 받았다. 이 모기들은 앞으로 2년 동안 매주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방사될 예정이다.

모기 방사를 둘러싼 우려

생명윤리학자와 과학자, 벡터 생물학자, 정책 전문가, 유전학자들은 이번 계획이 상당한 잠재력이 있으며 매년 모기 매개 질병에 시달리는 수억 명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모기를 무책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대규모, 반복적으로 계속 풀어놓게 되면 모기 매개 질병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야생 모기 개체가 일시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말라리아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로 약 39만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서태평양 지역 3,200명, 동지중해 지역 7,300명, 동남아시아 3만2,000명, 아메리카 대륙 500명 등 말라리아로 전 세계에서 피해자가 발생했다.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에 가장 취약한 집단은 5세 미만 아동으로 2018년 말라리아 사망자 중 57%를 차지했다. 70세 이상도 말라리아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중 5%를 차지했다.

미국 남부 지역에서 말라리아 같은 모기 매개 질병이 확산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미에서도 모기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관련 분야 학자들은 엄격한 감독 없이 텍사스와 플로리다에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브라질 자코비나에서는 수백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한 후 역효과를 낳았다. 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하다 우발적으로 초강력한 내성을 가진 모기종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 종은 전보다도 죽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환경보호단체 ‘프렌즈오브더어스(Friends of the Earth)’도 옥스텍의 연구를 비난했다. 2012년, 단체의 에릭 호프먼은 윤리 및 인간의 건강, 환경 부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모기 실험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옥시텍은 현장 테스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및 주 관계당국에서 승인한다면 2020년 여름 플로리다에서, 2021년 텍사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옥시텍은 현장 테스트의 일환으로 암컷의 새끼 번식을 억제할 수 있는 단백질을 가지고 있는 수컷 모기를 자연에 방사할 것이다. EPA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대처하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옥시텍은 “미국 내 선별 지역에서 매주 모기 개체수를 모니터링하고 프로젝트가 모기 개체를 제대로 조절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 수컷 모기에게서 유전자 조작 특성이 사라지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시텍은 실험 진행 24개월 내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발생하면 실험사용허가(EUP)를 취소할 권리가 있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불임충 방사법(SIT)을 언급한 적이 있다. 실험실에서 방사선을 사용해 수컷 곤충을 불임 상태로 만든 후 야생으로 방사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가축과 농작물을 공격하는 파리 유충과 초파리 방역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곤충학자 앤드류 파커 박사는 “지역 단위에서 해충을 박멸 단계까지 이르게 만들면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AEA 학자들도 SIT 기법이 해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전자 조작은 인류에게 생물계의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 세계 건강 부담을 해소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을 평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말해, 수백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방사시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은 해결되어야 한다.

한윤경 기자 ra1023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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