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업무는 뒤로 미루고 사소한 일을 먼저 하는 행동이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정서적 대처 매커니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기 보호 메커니즘인 꾸물거리는 습관

캐나다 칼턴대학의 팀 파이킬 심리학과 교수에 따르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꾸물거리는 행동은 페이스북 활동 이상이다. 파이킬 교수는 “책임을 잠시 미루는 강력한 정서적 대처 매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기분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형태의 무의식적인 감정을 회피한다는 의미다. 

행동 전문가 엘라인 버셜 박사도 일을 미루는 행동을 자기 보호 메커니즘이자 반위험 행동이라고 일컬었다. 사람들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고 그중 하나가 일을 꾸물거리는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사람들은 상처와 개인적인 실패감으로부터 내면을 보호하기 위해 한계를 받아들이고 존중한다. 버셜 박사는 “꾸물거리는 행동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을 꾸물거리는 행동의 대표적 원인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지만, 자신을 입증해야 하는 데서 오는 불안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자존감이 낮은 경우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을 꾸물거리는 사람은 자신이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일종의 이분법적 사고로 두 가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나는 평범한 패배자가 되거나 비난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분법적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착수하고 마감일을 맞추기 위해 맹렬히 달려들어야 한다. 이때 결과가 미흡하게 나온다고 해도 안전망 또는 탈출구가 있다. 더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되내이는 것이다. 상황 때문이라고 확신을 줄 수도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기분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자존감은 보호할 수 있다.

성공에 대한 두려움은 일을 꾸물거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다소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성공을 원하고 성공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그런데 성공은 두려움을 낳기도 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승진하면 결정을 내리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자신을 판단하고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성공을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성공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버셜 박사는 “기준을 점점 더 높게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통제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꾸물거리는 원인 중 하나다. 이 같은 공포가 있는 사람은 시간표대로 일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춰 행동하는 것은 자존감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율성과 독립심을 지키려고 한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하려 한다면 자신의 자율성과 개인적인 온전함이 약해진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일을 꾸물거려 통제력과 독립을 보존하려고 한다.

자기 파괴 행위의 일환 

자기 파괴 행위란 의도적으로 일의 진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던 시대에 사용했던 개념이다. 사람은 내면의 여러 가지 성격이 서로 충돌할 때가 있다. 어떤 일을 하려는 생각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공존한다는 의미다. 이를 토대로 한 연구에 따르면, 지속적인 자기 파괴 행위가 부정적인 동기 부여 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즉, 한 사람이 자기 파괴 행위를 보인다면 다음번에 어떤 일을 할 때도 동기를 받지 못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매사에 실패만 한다는 것은 일을 완수할 능력이 결여됐다는 것을 의미하며, 생산성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을 꾸물거려 매번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업무의 질이 낮다. 이 같은 자기 파괴 행동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단시간에 일을 마친다는 것은 자기 파괴 행위의 순환에서 벗어나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심리학에 따르면, 일 미루는 습관은 시간 비일관성 개념 때문이기도 하다. 두뇌는 미래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개념이다. 

 

한편, 대부분 어느 정도 일을 미루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크로비즈 매거진이 영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7%는 때로 22.1%는 자주, 20.5%는 매일 일을 미룬다고 답했다. 15.6%만 일을 미룬 적이 전혀 없다고 답했으며 14.4%는 좀처럼 일을 미루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성인 5명 중 한 명꼴로 일을 미루고 있었으며 이는 일과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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