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격화되면서 무차별 약탈과 폭동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폭동과 시위를 비난하기 전 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회심리학적 관점도 제기되었다. 

폭동,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캠퍼스의 정신과 및 건강과학과 교수인 조셉 피에르는 흑인 남성 조지플로이드의 사망으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질병에 비유했다. 피에르는 "질병을 치료하려면 근본 원인을 알고 고쳐야 한다. 이번 시위도 마찬가지다. 미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인종차별을 없애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마틴루터 킹의 연설문을 인용했다. 마틴루터 킹은 폭동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의 목소리”라고 말한 바 있다.

피에르 교수는 "도를 넘은 약탈이나 폭동 행위가 모두 용인되거나 정당화돼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지 않은 채 증상만 따지고 들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경과학과 정신의학, 증거기반 의학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인종주의나 암묵적인 편견에 오염된 정책이 계속 진행된다면 폭동은 이어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무분별한 약탈과 폭력은 종종 불법 행위를 기회주의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일부 사건에서 이미 드러났듯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혼탁하게 만들기 위해 반대 진영, 즉 인종주의자들이 일부러 약탈이나 폭동을 저지르는 것일 수도 있다. 근본 원인을 밝히지 않고 폭동을 맹렬히 비난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

2015년 볼티모어에서 일어난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볼티모어에서도 '폭동'이라 불린 시위가 일어났는데, 프레디 그레이라는 25세 흑인 청년이 경찰들에게 체포돼 이송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가 45분 후 혼수상태에 빠졌고 1주일 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미국의 중앙 정부 및 주 정부는 비폭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가기관 자체는 여전히 폭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진압하고 있다.

피에르 교수는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일으키려면 스마트폰을 들고 길거리로 나가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폭동이 아닌 집회를 조직해야 한다. 칼과 돌 대신 펜을 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회 정의와 진보로 가는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약탈과 폭동 우려

데이터베이스 회사 스태티스타는 3월 23일부터 5월 31일까지 독일, 영국, 미국인 2만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5월 31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폭동이나 약탈의 주요 원인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미국이 35%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독일 11%, 영국 8% 순이었다.

3월 23일에는 같은 응답을 한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 15%, 독일 27%, 영국 29%였다.

통계로 보는 인종차별과 불평등

2018년미국 교도소 내 아프리카계 미국인 수감자의 수는 거의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흑인 남성의 투옥률이 백인 남성보다 5.8배나 높았다. 흑인 여성의 투옥률은 백인 여성보다 1.8배 높았다.

미국 검찰은 같은 약물을 사용한 경우에도 백인보다 흑인에게 더 가혹한 형을 구형하기도 한다. 교도소 수감자는 230만 명인데, 39%는 백인, 40%는 흑인, 19%는 히스패닉, 1%는 아메리카 원주민이다. 전체 인구 통계는 백인이 60.4%, 흑인이 겨우 13.4%다.

 

영국 킬대학의 박사 후 연구원인 매튜 래드번과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클리포드 스콧은 폭동 뒤에 숨은 심리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발표했다. 즉 어떤 사람들이 폭력적인 시위를 한다면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룹 행동, 혹은 행동 전염에 의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행동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회 심리학은 폭동의 원인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지속적인 군중의 폭력을 온화한 행동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