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연구진이 전 세계 주요 식물 종에 해를 입히는 질병을 유발하는 박테리아 확산 경로를 추적할 방법을 개발했다. 매년 100가지가 넘게 발생하는 식물 질병 예방에 유망하게 쓰일 전망이다.

아그로박테리움의 전파 중단

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은 식물에 종양을 일으키는 음성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장미, 과수, 포도나무 등을 포함해 100가지가 넘는 식물 종에 근두암종병을 유발한다. 근두암종병은 식물 뿌리에 혹이 나는 질병을 말한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이 질병으로 해를 입는 식물 종의 가치가 미국에서만 연간 160억 달러(19조 720억 원) 이상에 달한다.

식물학 및 식물 병리학과 전문가인 알렉산드라 웨이스버그와 동료들은 아그로박테리움에서 발견되는 세포 내 염색체 외 DNA 분자인 플라스미드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플라스미드가 퍼지면 질병 또한 확산한다. 아그로박테리움의 플라스미드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플라스미드 일부를 식물 세포로 옮겨 숙주를 유전적으로 재프로그래밍하고 근두암종병을 유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근두암종병은 식물의 뿌리 또는 줄기 등에 사마귀처럼 둥근 혹이 자라나는 질병을 말한다. 근두암종병에 걸리면 영양분이 뿌리에서 줄기나 가지로 이동할 수 없어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플라스미드에는 아그로박테리움이 전체 플라스미드를 하나의 박테리아에서 다른 박테리아로 수직 대신 수평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다. 즉 부모에서 자녀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유해한 플라스미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추적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플라스미드와 염색체 조상의 분석을 결합해 기여도를 알아보고 질병의 확산을 정확하게 모델링했다. 그동안 과학계에서 받아들여지던 주장은 아그로박테리움과 플라스미드 사이의 빈번한 유전자 정보 전달로 진화 관계를 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연구진은 아그로박테리움이 플라스미드 일부를 식물로 옮겨서 질병을 유발하도록 하는 뿌리 유도, 혹은 종양 유도 등 두 가지 종류 플라스미드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 농무부 등의 도움을 받아 플라스미드를 수백 종의 균주에 제공하고 거대한 양의 데이터 세트를 분석했다.

연구 수석 저자 웨이스버그는 140개 균주를 플라스미드로 시퀀싱한 다음 플라스미드가 9가지 계통에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엄청난 양의 유전자 시퀀싱 정보를 바탕으로 아그로박테리음과 플라스미드를 분류할 수 있었고 플라스미드가 어떻게 박테리아 사이뿐만 아니라 묘목을 심는 토지에서도 움직이는지 탐구했다. 이어 아그로박테리움 균주와 플라스미드의 조합이 질병의 전염에 기여한 최소 7가지 경우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독성 플라스미드의 전이와 진화를 유추하는 전략이 식물, 동물, 인간 건강 및 식품 안전에 잠재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주의적 공생체를 포함한 다른 플라스미드 매개 과정의 진화와 생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두암종병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아그로박테리움으로 인한 근두암종병은 경제적으로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근두암종병과 같은 질병은 비교적 어린 식물에서 발생한다. 이 질병은 식물을 곧바로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식물이 서서히 활력을 잃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캐나다에서는 관상용 식물 혹은 과일 식물이 근두암종병으로 인한 손실이 1986년에만 1억 2,200만 달러(1,454억 7,280만 원)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76년에 2,300만 달러(274억 2,520만 원)의 손실이 기록됐다. 2015년에는 호주에서 근두암종병으로 인한 손실이 1억 달러(1,192억 4,000만 원)가량 발생했다. 아몬드나무, 체리나무, 복숭아나무, 장미 및 기타 식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면서 식량 생산량 및 공급량이 늘어났는데, 식물들은 해마다 병충해 등으로 죽어가고 있다. 

질병 발생을 예방하고 식량 안보를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체가 어떻게 다양화되고 식물을 감염시키는지 추적하고 병원체의 유전적 기초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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