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받는 전신마취제부터 수의학 클리닉, 치과 진료소, 동물 연구 실험실 등에서 사용되는 마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취 가스에는 할로겐 화합물이 사용된다. 연구진은 마취 방식을 바꾼다면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취 가스가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

데스플루란이나 아산화질소와 같이 수술 중인 환자를 잠들게 하는 가스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이런 가스들이 대기 중에 머무르는 수명은 114년이다. 가스는 대기 중에 오래 머물며 오존층을 손상시키고 기후 변화를 증폭시킨다.

BMJ 부위마취 저널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미국 특수 외과 병원의 마우삼 쿠바디아는 "일반적인 마취 가스에는 아산화질소와 할로겐 화합물이 사용돼 환자를 잠들게 만든다. 114년 동안 오존 파괴와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부위마취제 사용을 권장하고 휘발성 마취 가스 사용을 피할 것을 제안했다. 전 세계 병원들이 부위마취제를 사용한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신마취는 의학적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을 잠들게 하는 반면, 부위마취제는 환자가 의식을 잃도록 하지 않고 시술이 수행될 특정 신체 부위만 마취시킨다. 예를 들어 경막이나 척수마취는 부위마취의 한 예시다. 부위마취보다 더 작은 부위에 사용되는 마취는 국소마취라고 한다.

연구진은 뉴욕의 한 병원에서 실제 사례를 연구했다. 부위마취를 사용할 때 병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추정했다. 병원은 2019년에 1만 건 이상의 부위마취를 실시했는데, 수술의 4%만 전신마취로 진행됐다.

저자들은 2019년의 변화만으로도 1만 2,000kg의 석탄 연소, 혹은 9만 7,365km를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만큼의 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낀 에너지로는 스마트폰을 300만 대 이상 완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마취 가스가 지구 온난화를 악화할 잠재력이 높다고 강조했다. 한 시간 동안 데스플루란을 사용하는 것은 약 756km를 운전해서 가는 것과 같다. 전신마취 대신 가능한 경우 부위마취나 국소마취를 진행한다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마취 방법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적의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돼야 한다. 모든 수술이 부위마취나 국소마취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모든 수술이 전신마취로 진행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능한 경우에는 마취 방식을 바꾼다면 마취 가스 사용을 줄일 수 있다.

단, 미국의 한 병원만 대상으로 연구한 것이며 마취에 필요한 배출량과 전체 수송 및 생산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은 크리스티안 보링거 박사는 "마취가 전문의들이 결정을 내릴 때는 환경이나 금전적인 고려 사항보다는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취과 의사인 보링거 박사는 “일상적인 업무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늘 고려하고 있다. 악영향을 줄일 노력과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취 방식을 바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도 병원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다. 바로 의료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보통 교차 감염 및 교차 오염의 잠재적인 위험을 없애기 위해 일회용 장비를 사용한다. 일회용 장비의 사용을 줄인다면 의료 폐기물이 줄어들 수 있다.

2020년,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의사 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으로 미국에서 일하는 마취과 전문의는 5만 837명이다. ▲정신과 전문의 5만 5,593명 ▲외과 전문의 5만 5,593명 ▲응급의학 전문의 5만 7,834명 ▲방사선과 전문의 4만 8,464명 ▲흉부외과 전문의 3만 3,055명 ▲종양 및 암 전문의 2만 886명 ▲내분비학·당뇨·대사질환 전문의 8,237명 ▲다른 전문 분야 의사 20만 7,022명 등이다.

할로겐 화합물 마취제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잠재력

인구가 증가하고 마취제가 전 세계 많은 지역에 보급되면서 마취제 사용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2011년 전신마취 가스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병원과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대부분 마취 시스템이 폐가스를 대기로 직접 분출하고 있었다. 이후 많은 시설에 소각 시스템이 도입돼 전신마취 시에 배출되는 가스를 줄였지만, 여전히 엄청난 양의 가스가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 할로겐화 마취제의 지구온난화 지수(GWP)는 이소플루란이 1230, 데스플루란이 3714 정도다.

 

미국은 지금까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역사적인 배출량의 4분의 1 정도가 미국에서 나왔고, 중국보다 두 배나 많다. 인구 규모와 비교해보면 엄청난 수치다. 다음으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 지역은 28개 국가가 모인 유럽연합이다. 유럽국가가 배출한 양은 전체 배출량의 22% 정도다. 아프리카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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