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에모리 대학 기생충 연구팀 주장

말라리아 기생충은 감염된 사람의 신체에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긴다. 미세한 침입자는 적혈구를 대량 학살하고, 유해한 화학 물질을 생성하며 때로는 뇌를 손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말라리아 기생충은 뼈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이 가설이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면 말라리아에 감염된 어린이는 성장에 방해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말라리아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비타민 D와 유사한 화합물로 골격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잠재적인 방법들이 있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미국 애리조나 주 에모리 대학의 기생충 학자인 레지나 조이스 코디 박사는 "우리가 수행한 연구는 말라리아 감염의 장기적인 영향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자국을 통해 전염되는 기생충은 몸을 순환하는 적혈구에 머물러 있으면서 여러 가지 악영향을 끼친다.

기생충에 의해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 단백질은 재생산되며 잔류 부산물을 방출하는데, 나중에 이 기생충은 혈액 세포에서 폭발하듯 떼를 지어 나오면서 세포를 파괴한다.

의학자들은 혈액 생성 줄기 세포가 있는 골수에서 기생충을 발견했으나 지금까지 골격에 손상을 입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에모리 대학원생인 미첼 리와 일본 오사카 대학의 면역학자 제와이르 코반 박사는 실험용 쥐에 두 가지 말라리아 기생충 중 하나를 감염시켰다.

그 결과 쥐의 면역계는 기생충과 싸웠으나 두 가지 감염 유형 모두에서 뼈 손실이 발생, 뼈 내부의 그물형 조직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또 뼈의 지지구조 역시 얇아졌는데 비슷한 변화가 골다공증 환자에게서도 발생한다고 코반 박사는 설명했다.

어린 쥐의 경우 뼈 성장이 감염 전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어린 쥐의 허벅지 뼈는 그렇지 않은 대조군보다 약 10%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뼈를 용해시키는 파골 세포와 이를 되살리는 골아 세포 사이의 정상적인 균형을 말라리아균이 파괴함으로써 뼈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생쥐가 말라리아에 감염되면 두 종류의 세포가 모두 폐쇄되고, 기생충을 제거하면 두 세포 유형 모두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골 파괴가 골 형성보다 빨리 일어나는 점으로 미뤄 파골 세포가 더 활발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면역계가 기생충을 몰아낸 후에도 쥐의 뼈가 손상되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헤모조인'이라고 불리는 소화 헤모글로빈 분자의 잔류물을 포함한 일종의 화학 폐기물이 뼈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말라리아에 감염된 쥐는 해모조인이 뼈에 스며들어 검은 색으로 변했으며, 기생충이 제거 된 지 2개월 후에도 검은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헤모조인과 다른 기생충 폐기물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이 물질들을 섞은 것에 골수 세포를 배양, 파골 세포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염증 촉진 분자를 방출하도록 자극했다.

또 파골 세포를 억제하며 골아 세포를 자극, 골다공증 치료 효과가 있는 비타민D 유도체 알파카시돌을 감염된 쥐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생쥐에게서는 뼈 손실이 일어나지 않았다.

코디 박사는 "이 연구에서 중요한 질문은 생쥐에게서 일어난 현상이 사람에게서도 일어나는가이다"라며 "지금까지 말라리아가 사람의 뼈 손실을 일으킨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의 어린이들은 비정상적으로 성장이 더딘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느린 성장의 원인이 말라리아인지, 혹은 또 다른 풍토병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면역학(Science Immunology)'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