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에서 엘니뇨에 의해 가뭄이 일어나면 북미,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의 피해가 크다. 그런데 최근 이 지역에서 강우량이 늘어날 경우 지진 발생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지구 물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존슨 박사는 661GPS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팀은 수심과 지하수의 움직임, 조류 등에 의해 일어나는 땅의 미세한 변화를 면밀하게 감지했다.

이들은 지표에 물이 유입되거나 흘러나가는 데서 비롯되는 변동의 원인들을 알아냈으며, 지진이 일어나는 동안 지구 핵의 움직임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땅에 유입되고 나가는 물의 양 추이는 2006년과 2014년 사이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지진 약 3700건의 패턴과 유사성을 보였다.

즉 물이 많이 유입될수록 지진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쌓여 있는 눈이나 호수 및 저수지에서 측정된 물 무게가 증가할 경우 특정 형태의 지진이 유발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지진의 경우 큰 비가 내린 직후인 늦여름에 더 자주 발생했다. 또 다른 형태의 지진은 눈이 녹으면서 지표면이 움직일 때, 혹은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봄철에 많이 나타났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을 강타한 다양한 기상현상들을 통해 지진 발생률의 변화를 설명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해 왔다.

조류의 파장이 오랫동안 지진 발생률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 그 상관관계는 매우 미약한 것으로 판명됐다.

다만 히말라야에서는 연간 몬순 기후의 비가 지진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는 단층이 교차하면서 지각 판을 부수어 흘려보내는 가운데, 산 안드레아스 단층을 따라 가을철에 대체로 지진이 증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지표면에서 압력이 지속되는 시간이 그 크기만큼 주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존슨 박사는 밝혔다.

지진을 일으키는 또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됐던 캘리포니아 해안 갯벌의 움직임은 계절에 따른 물의 무게와 유사한 정도의 힘을 갖고 있으나, 이 경우는 지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수가 12개월이 아닌 12시간 주기로 힘의 추이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의 지진 과학자 장 필립 아보아크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지구 핵의 운동이 지구의 조류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며 "그러나 이는 물의 무게로 인한 압력의 1년 주기에 걸친 변동에는 대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의 지구물리학자 존 비달 박사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물의 무게와 지진 사이의 연관성을 과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작은 힘이 지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으나 이 연구가 지진을 예언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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