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기원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박쥐라는 존재는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다.

특히 말버그, 에볼라, 급성 호흡기 증후군 등의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박쥐가 인간에게 위험한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쥐가 비교적 크기가 큰 포유류인데다 이미 발견된 바이러스가 많다보니 질병 전파에 대한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포유류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전체를 보았을 때, 박쥐가 실제로 인간에게 병원균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연구는 그동안 박쥐의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주장해 온 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미국 뉴욕 에코헬스 얼라이언스의 질병 생태학자인 피터 다스작 박사는 "과학자로서, 우리는 지금까지 믿어왔던 것이 틀렸다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스작 박사와 그의 동료인 생태학자 케빈 올리벌 박사는 754종의 포유류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586종의 모든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일부 바이러스는 다른 종보다 더 많이 연구됐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팀은 각 종의 질병 관련 간행물 수를 함께 계산했다. 또한 한 가지 포유류에서 얼마나 많은 수에 바이러스가 발견됐는지에 대한 정보도 계산에 넣었다.

그들은 수집한 데이터에서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큰 동물은 작은 동물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며, 넓은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은 서식지가 제한된 종보다 더 많은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다음 단계에서 연구팀은 사람과 최소한 하나 이상의 다른 포유동물에서 발견 된 188종의 인위적 바이러스만을 조사했다.

이들은 인수공통 바이러스의 부하를 증가시키는 요인들을 비롯해 해당 동물과 사람이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지, 서식지가 도시와 얼마나 가까운지, 동물이 얼마나 다양한 변종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연구 대상에 포함시켰다.

베를린의 로버트 코흐 연구소의 역학자인 파비안 린데르츠 박사는 박쥐가 다른 동물에 비해 더 많은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으나, 박쥐가 옮기는 질병을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염병이 동물에서 사람에게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보다 실제적인 데이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인간이 박쥐 개체 수를 줄이거나 경계할 이유는 없다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박쥐는 꽃을 수분하는 것부터 해충을 잡아먹는 것까지 많은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바이러스 감염은 인간이 박쥐 서식지에 잠입해 사냥을 하고, 박쥐 고기를 먹거나 이미 감염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경우에만 일어난다는 게 다스작 박사의 이야기다.

박쥐가 다른 동물에 비해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유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원시 면역계에서부터의 반향 형성(echolocation) 이론에서 박쥐가 바이러스 확산에 도움이 되는 작은 물방울 구름을 만든다는 등의 많은 가설들이 존재한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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