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 주장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컴퓨터나 장난감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인체의 단백질 공장으로 알려진 세포 속 리보솜은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리보솜이 특정한 단백질만 제조하는 '맞춤형 공장' 기능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또한 맞춤형 리보솜의 결함이 특정 질병의 증세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분자 생물학자인 마리아 바르나 박사팀은 '리액턴스 모니터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방법을 이용, 다양한 리보솜 단백질의 양을 측정했다.

이 방법은 질량 분광법의 일종으로 분자의 무게를 이용해 단백질 양을 알아내는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쥐의 배아 줄기 세포에서 15개의 리보솜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9개의 단백질이 모든 리보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세포 기관의 30~40%는 4개의 단백질이 결핍돼 있는 모습이었다고 이들은 밝혔다.

76개의 리보솜 단백질을 연구팀은 각기 다른 질량 분석법으로 측정했으며, 7개는 리보솜의 특화된 기능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들은 또한 리보솜 프로파일링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세포 기관이 어느 mRNA를 판독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 최종 결과물을 알아냈다.

특화된 리보솜은 종종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함께 작용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데 집중돼 있었고, 그 중 한 종류의 리보솜은 성장을 조절하는 여러 단백질을 만들었다.

두 번째 유형은 세포가 신진 대사에 필수적인 분자인 비타민 B12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모든 단백질을 분해한 것이었다.

바르나 박사는 이 과정에서 특정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단백질만을 골라서 생산하는 리보솜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으며, 이는 기대하지 못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리보솜이 특정한 단백질을 생산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을 벌여 왔으며, 이번 연구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분자생물학자인 조나단 딘먼 박사는 "이것은 분자 생물학에서 리보솜에 대한 우리의 기존 개념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포유류의 세포는 약 1000만개의 리보솜을 보유할 수 있으며, 이들은 에너지의 60%를 RNA와 80가지 유형의 단백질 구성에 할애한다.

리보솜은 메신저 RNA(mRNA) 분자에 들어있는 유전자 코드를 세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종류의 단백질로 변환하는 데 필수적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사실상 리보솜을 중심으로 진화했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맞춤형 리보솜에 대한 단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령 바르나 박사팀은 지난 2011년 리보솜 단백질이 너무 적은 포유류는 꼬리가 짧거나 갈비뼈가 불완전한 등의 해부학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관찰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형질은 단백질 결핍의 원인이 배아 발달에 핵심적인 단백질을 제조하는 리보솜 손상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차이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기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았다. UC 버클리 대학의 구조 및 시스템 생물학자 제이미 케이트 박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리보솜에서 단백질 농도를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한다.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리보솜의 존재는 세포기관에 결함을 가진 리보좀 병증으로 알려진 몇 가지 희귀 질환의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천적으로 적혈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다이아몬드 블랙팬 빈혈의 경우 새로운 적혈구를 생성하는 골수에 결함이 있으며, 환자는 종종 머리 크기가 지나치게 작거나 엄지 손가락이 없는 등의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배아 발달 동안 신체의 다른 부분을 만들어내는 세포가 동일한 특화된 리보솜을 가지고 있다면, 이처럼 겉으로 보기에 연관성이 없는 이상증세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상적인 세포는 이러한 특수 공장의 수를 조정함으로써 단백질 생산을 조절할 수 있으며, 유전자 발현 제어의 새로운 층을 제공할 수 있다.

케이트 박사는 왜 세포가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다른 메커니즘을 필요로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환경이 바뀔 경우 세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분자 생물학자인 UC 산타크루즈의 해리 놀러 박사는 세포가 세포 기관의 단백질 배열을 재구성하기 위해 진화하는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리보솜은 세포를 합성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따라서 맞춤형 세포를 만드는 것보다는 보편적인 리보솜 구조를 수정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분자 세포(Molecular Cel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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