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룸비아대 코니시 박사팀 개발

곰팡이는 인류의 건강과 식량 안보에 적지 않은 위협이다. 전 세계적으로 10 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질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에 감염돼 있으며 밀이나 옥수수 같은 작물을 파괴하는 종들도 있다.

정교한 실험 장비 없이도 우리 주변의 곰팡이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개발 도상국에서 감염 진단과 오염식품 발견 등에 활용,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곰팡이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는데 회충이나 무좀과 같은 피부 감염을 일으키는 종 외에도 내부 감염을 일으켜 고통스러운 구강 병변이나 림프절 부종으로 이어지며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잘 갖추어진 실험실과 병원에서는 곰팡이 감염 탐지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검사들은 곰팡이 단백질을 결합시키거나 핵산을 판독해 유전자로 곰팡이를 식별하는 항체를 분석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게다가 곰팡이 판별 장비도 무균 실험실이나 냉장 시약 등을 필요로 하므로 일반인들의 접근성이 낮다.

미국 콜룸비아 대학의 합성 생물학자인 버지니아 코니시 박사팀은 일반적으로 제빵용 효모라고 알려진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시애를 표본 곰팡이로 사용해 장기 보존 및 냉매 대체 시험 방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다른 많은 균류와 마찬가지로 제빵용 효모는 페로몬을 뿜어내는 세포의 표면에 단백질 수용체를 짝지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인간의 곰팡이 감염의 흔한 원인이 되는 칸디다 알비칸스의 교배 수용체 유전자를 가져와 빵 효모에 붙였다.

이들은 효모에 토마토에 풍부한 붉은 색소 리코펜과 항산화 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스니펫 등 몇 가지 다른 성분을 추가했다.

즉 빵의 효모에서 칸디다 알비칸스가 검출될 경우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붉은 빛을 띄면서 바이오 센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시험 결과는 단 3시간 만에 나타났다.

코니시 박사는 자신이 고안한 시스템이 보다 다양한 종류의 곰팡이 감염을 감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연구팀은 제빵용 효모 결합 수용체 유전자를 쌀에 돌발 질병을 일으키는 마그나포스 오리재라는 곰팡이와 밀과 보리를 감염시키는 푸사리움 그라미니륨 같은 다른 병원성 종의 유사 유전자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으며, 각기 다른 질병을 감지하는 10가지 새로운 균주를 발견했다.

효모 바이오 센서를 보다 사용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연구팀은 혈액과 소변, 물, 먼지 등을 감지할 수 있는 실험용 종이 막대에 담갔다. 유전적으로 변형된 빵 효모를 입힌 종이 막대는 실온에서 38주동안 보관해도 변질되지 않았다.

코니시 박사는 "마치 집에서 맥주를 양조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효모를 이용한 진단 도구를 만들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카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검사지를 개발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합성 생물학자 키이스 파르디 박사는 이 새로운 방법에 흥미를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에 사용되는 효모는 이미 부엌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식품의 곰팡이 오염을 모니터링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퀘벡의 라발 대학교의 미생물학자 모리스 브아시노 박사는 그러나 센서가 아직은 병원에서 상용화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센서를 테스트할 때 연구팀은 환자의 혈액이나 소변 샘플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곰팡이 페로몬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듀크 대학의 효모 생물학자 조셉 헤이트만 박사는 이전의 연구에서 효모 교배 수용체가 비슷한 종의 페로몬에 반응 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바이오 센서가 탐지하려는 곰팡이 질병 일부를 잘못 식별할 수도 있다는 것.

코니시 박사팀은 "우리는 이 센서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며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콜레라 균이나 감귤에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포함한 박테리아 병원균을 탐지하는 유사한 바이오 센서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저작권자 © 리서치페이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