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근육섬유 발달로 지구력 키운 인류

대중들에게 침팬지는 사람을 넘어서는 강한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 침팬지를 연구하는 이들은 인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몇 유인원들이 인간보다 강한 힘을 가진 것은 사실이며, 영장류들의 근섬유를 비교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인류는 힘을 키우는 대신 지구력을 길러 더 먼 곳까지 식량을 찾아 여행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이다.

침팬지가 사람보다 강해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의과대학의 해부학 및 진화 연구원인 매튜 오닐 박사팀은 3마리 침팬지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 샘플을 각각의 근섬유로 해부하고 이것이 생성할 수 있는 힘을 계산했다.

연구팀은 측정치를 인간의 근력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으며, 개별 근섬유에서는 근육에서 나오는 힘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근육을 통해 다른 부위의 섬유질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 미국 전역의 다양한 동물원과 연구소에서 수집한 침팬지의 골반과 뒷다리 근육 조직 샘플을 보다 철저하게 분석했다.

포유류에 대한 이전의 연구에 따르면 골반과 앞다리 및 뒷다리 근육 사이의 구성은 대체로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겔 전기영동이라는 기술을 사용해 근육을 개별 근육 섬유로 분해하고 그 구조를 사람의 근육 섬유 데이터와 비교했다.

근섬유는 주로 느린 수축섬유인 미오신 H사슬(MHC) I과 MHC II 또는 빠른 수축섬유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후자의 경우 수축 반응이 더 빨리 일어나고 더 많은 힘을 생성하지만 느린 수축섬유에 비해 쉽게 피로해진다.

연구팀은 인간의 근육이 평균 약 70%의 느린 수축섬유와 30%의 빠른 수축섬유를 갖고 있는 반면, 침팬지는 약 33%의 느린 수축섬유에 66%의 빠른 수축섬유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간과 침팬지의 섬유 구성에 상응하는 가상 근육을 시뮬레이션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각 근육이 수축할 때 얼마나 많은 힘을 생성할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침팬지의 근육은 인간보다 약 1.35배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쥐와 기니피그, 고양이, 개, 말, 여우 원숭이, 원숭이와 같은 포유류에서의 근섬유 분열을 관찰했을 때에 느린 수축섬유를 더 많이 가진 포유류는 늘보원숭이와 인간밖에 없었다.

오닐은 빠른 수축섬유가 무거운 돌을 들어 올리거나 나무를 기어올라가는 것과 같은 고강도 강도 작업에서 침팬지 나 다른 포유동물에게 이점을 줄 수 있는 반면, 사람에게 많은 느린 수축섬유는 오래달리기 같은 지구력을 요구하는 작업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초기 인류의 근육이 장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을 하기 시작했을 때 느린 수축섬유의 비중이 더 크도록 진화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느린 수축섬유의 또 다른 이점은 더 적은 대사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인데, 이는 인간의 두뇌가 커지는 등의 다양한 진화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펜실베니아주 뒤켄 대학의 생물 인류학자인 앤 버로우즈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영장류 생체 역학에 초점을 두고 잘 설계됐으며,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의 느린 수축섬유 비율이 크다는 점에서 직립보행으로의 진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다"며 "근육의 힘보다는 이 부분에 더 주목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버로우즈는 연구팀이 제기한 진화론에 대해서는 "설명된 해석을 듣기 전에 침팬지와 인간 외의, 고릴라나 오랑우탄 같은 유인원들의 근육 데이터를 확인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류학자 아드리안 지흘만 박사는 이 연구의 진화론적 파급 효과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는 초기 인류의 근육 섬유 분포를 추측하는 것만으로는 연구 결과의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느린 수축섬유를 인간의 진화와 연관짓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며 "흥미롭기는 하지만 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립 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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