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관절염을 앓아온 환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연구결과가 나왔다. 팔다리를 쑤시게 만드는 관절염이 인류생존에 기여했다는 결론 때문이다.

미국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는 3일(현지시각) 빙하시대 인류가 혹한에서 살아남은 요인이 변형된 GDF5 유전자 덕분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인들의 절반가량은 GDF5 유전자를 지녔는데 이는 관절질병 유발도를 두 배가량 높인다. 하지만 이 변형 유전자가 되레 인류생존에 기여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스탠포드대와 하버드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지금까지 발견해온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들의 유전자는 대부분이 변형 유전자다. 60만년 전 북쪽에서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했던 이들은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멸종했다. 북쪽에서는 혹한의 추위를 견뎌야 했다. 이들은 신체구조가 다부진 편인데 이는 작아진 뼈 때문이다. 추위로 인해 키가 작아지고 관절염에 시달렸지만 이런 유전적 변화는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한 몫을 보탰다. 그뿐만 아니라 행여 넘어져 발생할 골절 위험까지 줄여줬다. 진화론적 변화는 이들이 추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운 셈이다.

스탠포드대학 데이비드 킹슬리 생물학 교수는 "GDF5 유전자는 수백만 인구가 지니고 있다"라며 "수백만 관절염 사례의 원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관절염을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마모 때문에 일어난 질병이라고 오해했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명확하게 유전적 요소로 인한 질병인 것이 밝혀졌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관절염이 거의 발견되지 않고 이들의 키는 매우 큰 편이다. 그러나 1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처음으로 정착한 인류의 키는 매우 작았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의학연구센터 크리스토퍼 루프 교수는 "해부학 상 2만년 전 상부구석기 시대 이후에 발견된 화석 중 아프리카 외 지역에서 발견된 인류는 모두 키가 크다"라며 이번 연구는 대단히 흥미롭고 도발적이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제네틱스에 수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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