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의 영향을 받는 인구가 적어도 3억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증으로 고통 받는 인구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질환이 만연해짐에 따라 현대사회에서 우울증과 불안증은 정신적 감기 정도의 흔한 질병이 된 지 오래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이 중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이렇다할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치료비용, 치료소와의 접근성 문제, 전문의료인력 부족 등의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지가 인용 보도한 짐바브웨의 '프렌드십 벤치 프로젝트'는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들을 해결하는 데 좋은 지침을 준다. 짐바브웨이의 사례는 꼭 전문의료인력이 아니어도 훈련받은 동료 상담사가 얼마든지 이러한 간극을 메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불안증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반면 1,4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의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은 1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료에 접근하기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하라레를 포함한 짐바브웨이의 여러 도시들은 '지역할머니'라 불리는 의료종사자 제도를 도입한다. 이들은 대부분 정신질환, 상담기술, 문제해결 기법 등에 관한 훈련 과정을 거친 '연장자'다.

동료 상담자인 '할머니들'의 역할은 건강 클리닉 밖에서 우울증, 불안증,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할머니들'은 환자들에게 섣부른 진단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와 함께 정신질환의 해결책을 찾는데 초점을 둔다. 또한 의료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내담자의 용어를 사용한다. 마음열기, 희망주기, 내면 강화시키기 등의 단계로 구성된 치료법을 통해 환자들의 마음을 열고 내면의 힘을 키움으로 그들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자들의 목표다.

지난 12월 <자마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상담은 불안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57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자살을 생각하거나 말기 에이즈 환자 등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은 상담 자격에서 제외했다. 임신을 하거나 출산 직후의 산모들 역시 상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두 그룹으로 나뉜 참가자 중 한 그룹을 대상으로 '프렌드십 벤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 다른 그룹은 표준적인 전문의료인력의 치료를 받았다. 실험결과 벤치 프로젝트가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이 드러났다. 6개월의 치료가 끝난 후 동료 상담가의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우울증 증상을 나타낼 가능성은 표준적인 치료를 받은 사람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했다. 걱정하는 증상 또한 상당부분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프렌드십 벤치'프로그램의 공동 개발자인 하라레의 딕슨 치반다 교수는 이 연구가 향후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현실적인 제약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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