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을 포함한 남아시아 인구가 희귀 유전병에 유독 취약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졌다. 과거에도 몇몇 특이한 질병들이 확인됐지만 대다수의 유전적 원인은 불명확한 상태로 남아 있었다.

하버드 의과대와 인도 하이데라바드 생물학 센터 공동연구팀은 다중 제도 연구라는 새로운 연구기법을 도입해 소위 '설립자 효과'가 남아시아 지역의 인구 특이적 열성 질병의 비율을 높이는 데 상당히 기여했음을 밝혀냈다. '설립자 효과'란 적은 수의 조상이 많은 자손을 낳는 것을 말한다.

인도 대륙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유전적 구성을 가진 곳으로 알려져 있다. 5,000개의 하위 그룹을 포함해 약 15억에 이르는 인구가 살고 있다. 연구팀은 인도의 260개 이상의 하위그룹으로부터 선별한 2,800명 이상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하위그룹의 근 3분의1 정도가 독특한 설립자 효과로부터 파생된 것으로 보았다.

설립자 효과는 유전적 다양성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룹 간 결혼을 제한하는 풍습과 같은 지리적, 언어적 또는 문화적 장벽들은 동료 간 혹은 부부 간 동일한 조상을 공유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들이 바로 특정하고 희귀한 열성 질병을 영구화하거나 확산시킬 수 있는 핵심 요인이라고 밝혔다. 모든 사람들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소수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지만, 각 사람은 보통 하나의 사본만을 가지고 있다. 돌연변이 유전자의 사본을 두 장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병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나단 나카쓰카 박사는 "부모가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열성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손들이 질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두 개의 사본을 물려받을 위험이 훨씬 더 커진다"고 말했다.

반면 이러한 유전적 변이의 만연이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이는 역으로 질병을 탐지하는 것을 쉽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서양에서 고립된 개체군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고 이를 토대로 질병의 발병률을 감소시키는 스크리닝 기법의 개발로 이어진 것이 그 예다.

테이-삭스(Tay-Sachs) 병을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에 대한 아시케나지 유태인 혈통을 선별하는 검사를 진행했던 것은 가장 유명한 사례로 거론된다. 이러한 스크링 기법은 설립자 효과가 남아 있는 서구 공동체들의 희귀 열성 질병 발병 확률을 거의 제로로 낮추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이것이 서구 공동체와 비슷한 관습을 가진 인도의 일부집단들에서도 마찬가지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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