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포유류의 사회생활에는 전반적으로 어미와 모계 자매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미주리 대학교 컬럼비아 캠퍼스의 에밀리 린치 교수는 아버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영장류는 유년기 및 청소년기에 살아남아 번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획득한다. 먹이를 찾는 법, 포식자를 피하는 법,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행동이 발달하는 데에는 가족 유대 관계 및 친밀감이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가족 간 유대 관계에 대한 연구는 그간 영장류 사회를 대상으로 폭넓게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의 대부분은 암컷 중심 영장류 집단 속 모계 친족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널 <행동생태학과 사회생물학>에 따르면 린치를 중심으로 연구진은 케냐 라이키피아 지역의 어린 올리브개코원숭이 39마리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14개월간 연구했다. 어린 올리브개코원숭이 중 절반은 연구 시작 전 부모 중 한 쪽이 표범에게 잡아먹힌 상황이었다.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그 덕택에 연구진은 부모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원숭이와 그렇지 않은 원숭이 사이에 사회적 유대 관계 및 행동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연구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털 손질 패턴을 분석하고 배설물을 채집해 유전 샘플로 활용했다.

연구 결과, 엄마가 같은 어린 원숭이들 사이에는 가장 강한 유대 관계가 형성됐다. 반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관이 없는 원숭이들 사이에는 유대 관계가 가장 약했다. 아버지가 같은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유대 관계가 중간 정도로 드러났다. 단, 이러한 유대감은 아버지가 근처에서 함께했던 어린 올리브개코원숭이 사이에서만 나타났다. 아버지가 있었다는 점은 서로 털 손질을 해 줄 확률을 높이기도 했다.

린치는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점은 자식들 사이에 강력한 사회적 유대 관계가 발달하도록 촉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아버지로 추정되는 어머니의 남자 친구와 관계를 맺음으로써 서로를 '인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인식은 아버지를 공유함으로써 맺은 친밀감 또는 특정 형태의 표현형 일치에 의해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보고는 예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8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아빠 개코원숭이가 딸 원숭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초경 시작 시기가 빨라진다는 미국 듀크 대학교의 연구가 실린 바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생물학자 수잔 알버트 교수는 "초경을 더 일찍 시작하는 암컷은 번식할 수 있는 기간이 더 길다"라면서, 아버지의 존재가 딸 원숭이의 발육을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존재는 아들 원숭이의 발육 속도에도 조건부 영향을 끼쳤다. 아들 원숭이가 태어날 당시 아빠 원숭이의 서열이 높은 경우에 한해 아들 원숭이도 발육 속도가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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