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장을 걸어가는 여성(출처=셔터스톡)

중국의 양성 평등 수준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이 전 세계 144개국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남녀 성평등 격차 순위가 2008년 57위에서 2017년 100위로 떨어졌다.

웨이보로 논란이 된 성 차별 발언

굳이 WEF의 조사 자료를 보지 않아도 최근 중국 저명인사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중국의 양성 평등 수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사회학자이자 절강대학교 교수인 펑강과 온라인 게임 업체의 설립자 겸 CEO인 쉬유젠이 대표적인 예다. 이 두 사람은 웨이보에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게재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의 남녀 성평등 격차 순위는 144개국 중 100위에 머물렀다

펑강 교수는 웨이보로 '역사적으로 여성은 학계에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다'고 했고, 쉬유젠 CEO는 '여성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식이 없으면 불행해지는 존재'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쉬유젠 CEO는 페미니즘과 못생긴 여성을 등식화하며, 이들이 중국의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두 사람 덕분에 온라인은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논란이 계속되었지만 펑강 교수와 쉬유젠 CEO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펑강 교수는 죽는 한이 있어도 사과하지 않겠다고 딱 잘라 말했고, 쉬유젠 CEO는 아예 페미니스트에게 '개'라는 막말을 내뱉은 것!

대학과 기업에서도 여전한 성차별

중국의 성 차별 문화는 대학가라고 예외가 아니다. 비정부 기구인 '여성을 위한 NGO 미디어 모니터(NGO Media Monitor for Women)'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상위 66개 대학 중 59%가 입학 전형에서 남녀를 차별했다.

대학 연구원 중에도 편향된 사고를 가진 남성들이 많았다. 여성은 연구 능력, 사고, 비전, 열정, 야심 등 모든 면에서 남성보다 떨어진다는 근거 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차별적 관행은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 중국의 기업들은 남성 직원을 선호, 남성을 찾는 구인 광고가 대부분이다. '중화전국부녀연합회(All China Women's Federation)'가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졸 여성의 87%가 구직 활동 중에 차별을 경험했다. 참고로 중화전국부녀연합회는 여성의 권익을 대표하고 남녀평등을 촉진하며, 공산당과 정부정책 지지를 목적으로 하는 중국 최대의 여성조직이다.

중국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가 있으며 성차별은 금지한다는 점을 명문화했다. 그런데도 이런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이 일당 독재국가임을 고려하면 여성에 대한 정부 관료들의 인식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중국 상위 대학의 59%가 입학 전형에서 남녀를 차별한다

성차별이 극심한 파키스탄

한편 중국보다 성평등 수준이 낮은 아시아 국가가 있다. 바로 파키스탄이다. 앞서 WEF가 발표한 자료를 들여다보니 2017년 파키스탄의 남녀 성평등 격차 순위는 144개국 중에 무려 143위였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파키스탄 중앙 정부의 탓이 크다.

파키스탄 중앙 정부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편견을 걷어내는 데 무관심하다. 여성의 법적 결혼 연령을 16세에서 18세로 상향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 여성(출처=셔터스톡)

일부 지방 정부들은 성평등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펀자브(Punjab)'가 대표적인 사례다. 파키스탄 북부에 위치한 펀자브 지방 정부는 지난 2012년 여성의 공공 일자리 할당량을 5%에서 15%로 늘렸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8천 7백만 달러를 할당했다.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중앙 정부와는 달리, 파키스탄의 지방 정부는 성평등 격차를 줄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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