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성격, 양육 아닌 유전이 결정 짓는다
수정일 2018년 07월 06일 금요일
등록일 2018년 07월 06일 금요일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양육 방식이 잘못돼 아이의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주는 일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엉덩이를 팡팡 때린 자기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육보다는 유전이 성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다. 부모의 역할, 양육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걸까.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웹진 '슬레이트'에 가족 기사를 기고하는 대니얼 엥그버 기자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양육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사실상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목적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법도 하지만, 엥그버는 과학적인 연구로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유전 외에도 다른 요인이 많은데, 무작위로 영향을 주다 보니 반드시 양육의 영향력을 줄이는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둔다고 알아서 잘 자라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아이의 성격 형성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문제여서 아직 이에 대해 완전히 이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격 형성에 영향 주는 요인

최근 연구 결과는 유전 외에도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요인이 있음을 지적해 안 그래도 복잡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내장에 서식하는 미생물부터 면역 체계에 존재하는 호르몬 등이 모두 성격 형성과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들 각각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성실성과 연관 깊은 스트레스 지수

부모가 자녀에게 가장 원하는, 또는 가장 원하지 않는 성격 중 2가지가 바로 '성실성'과 '신경증'이다. 아이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성인데, 부모나 선생님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생각조차 못 했던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면 그 여파가 어떨까. 고든 올포트는 미국에서 성격 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심리학자다. 1961년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 생물학과 성격 형성 간 상호 관계가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증명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생물학과 성격 형성 간의 상호 관계는 오늘날 다소 느리지만 확실하게 밝혀지고 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를 성격 형성과 연관 짓는 부질없는 시도도 적지 않다. 예전에는 보통 면봉으로 침을 채취해 실험했는데, 사실 인간의 코르티솔 레벨은 24시간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테스트 방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널리 알려졌다.

반면 작년에 발표된 한 연구 결과는 머리카락 속 코르티솔 레벨을 분석함으로써 이러한 비판을 피해갔다. 이 연구에는 무려 2천여 명이 참가했으며 모두 설문조사에 응했다. 참가자 머리카락 3cm는 그동안 경험한 코르티솔 수치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마치 나무테로 나무의 나이를 짐작해볼 수 있듯이 말이다.

참가자들의 성실성 점수는 머리카락에서 검출된 코르티솔 수치와 상관관계를 보였다. 성실성이 높은 사람이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신경증과 장 내 마이크로박테리아 간에 두드러진 상관관계가 있음이 나타났다. 신경증은 적대성, 화, 불안, 그리고 우울과 같은 감정에 얼마나 취약한지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신경증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발표됐으며, 참가자 672명의 검사대상물에서 발견한 DNA와 제출한 설문조사에 기반해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

▲함께 책을 보는 엄마와 아이(출처=123RF)

양육이 아닌 DNA

슬레이트의 엥그버 기자는 소위 '정상 궤도 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한다. 공식적인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다. "행동 유전학자들은 일란성 또는 이란성 쌍둥이들을 많이 연구한다. 물론 쌍둥이 중에는 함께 자란 경우도 있고, 각자 따로 자란 경우도 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성격상의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면, 쌍둥이 간에 '공유 환경'이라 불리는 요소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엥그버 기자는 설명했다. 여기서 공유 환경이란 쌍둥이가 함께 살았더라면 공유했을 삶의 공통분모로 거주하는 동네, 다니는 학교, 부모의 성격, 사회적 계급, 부모의 양육 방침 등이 해당된다.

결국 엥그버 기자가 답을 찾고자 하는 질문은 "그렇다면 인격 형성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인가?"다. 1958년~2012년 사이 쌍둥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3,000여 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격 형성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DNA라고 주장했다. 또 주디스 리치 해리스 심리학자의 저서 <양육가설>을 인용해 주장을 뒷받침했다.

여러 과학 연구 결과는 결국 변화하는 것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라고 결론짓는다. 즉, 아이가 경험하는 변화는 어른의 눈에 보이는 것과 사뭇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겪는 변화 자체도 부모의 양육 때문도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 성격적 특성이 있기 때문. 이는 오늘날 학계에서 주목 받는 양육 철학을 뒷받침해준다.

즉, 부모가 전혀 말도 안 되는 이상하거나 극단적 행동을 해서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결국 타고 난 성향대로 성격이 형성된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김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