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꼬리(출처=셔터스톡)

해양 진화에 관한 기존 견해에 반대되는 새로운 의견이 제시됐다. 새로운 의견을 제시한 연구진은 수염 고래 등 메가파우나를 중심으로 한 동물과 다른 거대한 동물 종의 게놈을 시퀀싱하고 연구했다. 독일 괴테대학 젱켄스베르크 생물 다양성 및 기후 연구 센터의 과학자들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 캠퍼스(UCLA) 과학자들은 지난 6,600만 년 동안 이뤄진 해양 생물의 진화에 집중했다.

네이처 생태와 진화 저널에 실린 UCLA의 광범위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해양 생물 종이 어떻게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다양한지에 관한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다. 과거에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했을 때 공룡이 멸종했고 모든 동식물의 75%가 사라졌다. 오늘날 물고기 종 중 절반 이상이 해양에 살고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가시 지느러미 어류에 속한다. 넙치, 참치, 마히마히, 해마 등 다양한 어류가 이 집단에 속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6,600만 년 전 소행성으로 인한 대량 멸종 사건 이후 유기체가 진화하는 과정에 엄청난 격차가 생겼다고 믿는다. 이번 UCLA의 새로운 연구는 이런 격차와 변화가 살아남은 해양 어류의 진화를 다양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UCLA의 생태학 및 진화론 교수인 마이클 알파로는 "오늘날 해양 물고기의 풍부한 생물 다양성은 백악기 말 대량 멸종의 지문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알파로와 연구진은 유전체학 분야에 새로 적용된 기술을 사용해 이른바 지문을 분석했다. 이들은 물고기 유형의 다양화 시기에 주목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됐다. 다양한 가시 지느러미 어류가 살아남아 변화를 겪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하위 종류가 많은 6종이 급격한 진화적 변화와 기하급수적인 개체 수 증가를 겪었다. 그리고 이때 폭발적으로 분화한 물고기들이 오늘날 물고기들로 이어진 것이다.

알파로는 대량 멸종 이후에 이 혈통의 물고기들이 다변화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량 멸종은 그 이후 살아남은 극소수의 동물들이 엄청나게 다양화되는 진화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오늘날 해양 어류의 생물 다양성에 기여했다. 즉, 말하자면 6,600만 년 전에 복권이 있었고, 6종류의 가시 지느러미 어류가 그 복권에 당첨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화석 증거로 뒷받침된다. 6,600만 년 전, 대량 멸종과 동시에 엄청난 생물 다양화가 진행된 것이다.

▲고래(출처=셔터스톡)

한편 괴테대학 연구진은 다양한 해양 동물군 사이에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유전적 관계를 발견했다. 진화 네트워크 분석 이론으로 게놈을 나열하면, 회색수염고래는 혹등고래 및 참고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이것은 다른 긴수염고래류보다 더 밀접한 관계라고 한다. 이것은 예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다. 다윈이 진화의 복잡성을 처음 이론화했을 때 그는 당연히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악셀 얀케는 과거에도 기린이 한 종이 아니라 4종이라는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얀케의 연구실에서는 여전히 기린이 왜 여러 종으로 나뉘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진은 진화론적 역사에 어떤 장애가 발생해 기린의 혈통이 나뉘게 된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예를 들어 강물이 갑자기 상승해 기린들이 반대쪽으로 건너가지 못한 채 각기 다른 지역에서 진화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에 따르면 다윈의 진화 나무(Evolutionary Tree)는 부적절한 명칭인지도 모른다. 다윈이 진화의 역사와 그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다. 다윈은 모든 진화의 역사가 나무에서 뻗어나온 가지와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게놈 시퀀싱에 따르면 나무라고 보기에는 이질적인 가족 관계가 성립한다. 즉 나무보다는 거미줄로 보는 편이 더 적당하다. 얀케는 "유전자 흐름과 하이브리드화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빈번하고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researchpaper 리서치페이퍼=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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